얼마 전 가족들과 박물관 견학을 하였다. 백남준 비디오 아트가 있는 방에 들어갔는데 작은 아들이 귀가 아프다고 했다. 전자기기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이란다. 그런데 나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특별히 소음이 들리지 않는데 왜 귀가 아프냐고 하니, 아빠는 저 소리가 안 들리느냐고 반문한다. 큰 아이도 그 소리가 들린다고 옆에서 거든다. 그리고 나에게 하는
신년 초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을 관람했다. 뮤지엄 산은 강원도 원주 해발 275m에 들어서 있다. 그래서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했더니 그 이름이 중의적이다.‘산(SAN)’Space·Art·Nature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 한다. 말 그대로 뮤지엄 산은 공간과 예술을 자연 안에 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독특한 건축물을 보면, “건축물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마나 화목한가를 보려면 그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이 앉기를 바라는가를 보면 된다. 화목한 관계는 되도록 가까이 붙어서 앉으려 한다. 화목하지 않으면 되도록 멀찍이 떨어져 앉으려 하고, 가까이 앉으면 불편하고 어색하다. 화목한 관계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주 만나기를 꺼려하고 연락도 그나마 사무적이다. 화목하면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었지만 코로나 감염병 사태는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여 유행하고 있는 것을 일컬어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감염병을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엔데믹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주기적으로 발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문다. 여전히 코로나 상황은 뉴스 앞자리에서 떠날 생각을 않고 어수선한 중에 한해가 이렇게 저문다. 사람마다 올 한 해가 주는 의미는 다양하겠지만, 아무튼 2021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별 의식 없이 하루하루 분주하게 살아가다가도 우리는 언뜻 인생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
2.0의 시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나는 그에게 “당신은 참 복이 있다”고 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나는 시력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참 부럽다. 안경 없이는 너무나 생활이 불편한 나로서는 말이다. ‘눈이 보배’란 말은 단순히 시력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관찰력과 해석력이 뛰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눈으로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다. 육체의 눈도
바둑 세계에서는 “묘수 세 번 두면 바둑 진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고 한다. 묘수는 기발한 착상으로 돌을 살리거나 죽이기도 하고, 부분적으로는 전세를 역전시키기도 한다. 이런 묘수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인생에서도 묘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관을 극복해 나갈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는다. 노력한 것 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한다. 빨리 목적지에 이
미국의 동화 ‘토끼 브레어(Brer Rabbit)’ 시리즈 중에 한 이야기이다. 토끼는 어느 날 같은 시간에 두 집으로부터 만찬 초청을 받았다. 아침 일찍 집을 떠나 갈림길에 다다랐다. 오른쪽 길은 테리핀 씨의 집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포숨 씨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어느 집이 더 잘 차렸을까?” 토끼는 왼쪽 길을 조금 가다가 반대편 테리핀의 요리
지난 주에 2022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어떤 학습 참고서가 가장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벌써 40여 년 전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참고서로는 ‘한샘국어’, ‘수학의 정석’, ‘성문영어’ 등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수학의 정석시리즈 중에서도 ‘실력’ 편을, 그리고 성문영어 중에서도 ‘성
중국의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에서 디젤차에 넣는 요소수 품귀현상이 일어났었다. 어떤 업자들은 이 기회에 돈 좀 벌어보자고 요소수를 창고에 잔뜩 쌓아놓고 더 가격이 오를 때를 기다렸다. 반면 마지막 남아있는 수천 리터의 요소수를 무료로 나누어준 주유소 사장도 있었다. 삭막한 세상이지만 알고 보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천인공노할 악인들도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유럽이 다시 코로나 팬데믹의 진원지가 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유럽에 코로나가 재 확산하는 것은 낮은 백신 접종률과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개인 방역수칙조차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각 나라들마다 수천에서 수십만 명이 길거리로 나와서 백신 반대시위를 한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등장하고, 이탈리아 같은 경우엔 총리관저를 습
주변 곳곳이 온통 울긋불긋 단풍을 입었다. 어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아파트 주변만 둘러보아도 가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렇게 짙 푸르렀던 잎들이 어느새 빨강과 주황과 노랑 등으로 색깔을 바꾸고 햇빛에 반사되어 장관을 이룬다. 운전하는 동안 스쳐 지나가는 주변 풍광이 모두 아름답다. 주일 오후 잠깐이라도 가족들과 가을 나들이를 나서려했다. “아산의 은행나
개신교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기념한다. 이것은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타락상을 비판하는 95개 조항의 논제를 독일 비텐베르크성 교회 정문에 내건 데서 촉발된 교회 개혁운동에서 기인한다. 로마 가톨릭의 사제의 길을 걸었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오랜 시간 죄의식으로 괴로워했다. 당시 로마 가톨릭에는 선
빚진 마음은 부담감이다. 그리고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에 깊게 연결되어 있다. 빚진 마음의 배후에는 사람이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으로 오늘의 내가 있음이다. 부모에게 빚진 마음을 가졌다는 것은 부모가 자신에게 베풀어준 사랑과 헌신에 마땅히 보답하려는 마음이다. 사회에 빚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의 따뜻한
가을은 내게 지난 날 시골 풍경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도시로 이사 온 이후에도 도시 외곽에는 시골 풍경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시간만 나면 산과 들녘에 나가 놀던 기억은 도시로 이사하기 전까지가 더 선명했다. 가을 하늘은 정말 눈이 부실 만큼 파랬다. 그 파란 하늘을 바탕으로 피어난 코스모스가 바람에 산들거리고, 그 위를 선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르-하지(Helena Norberg-Hodge)는 라는 책에서 ‘세계화’ 혹은 ‘서구 문명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히말라야 고원의 작은 도시인 인도의 라다크를 예로 든다. 라다크는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환경에서도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였다. 그런데 서구식 개발이 시작되면서 환경파괴
요즘 우리나라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방영 중이며, 50여 나라에서 1위, 2위를 다툴 만큼 대단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65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유대인들은 족보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어느 지파 어느 사람인지가 그 자신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룻기에 나오는 보아스는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는 낯선 여인을 보고 아랫사람에게 물었다. “이는 누구의 소녀냐?”(룻 2:5). 어느 집안에 속한 여자인가를 묻는 것이다. 신약 마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유대인들에게 소개하면서 가장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
남편도 아들들도 다 세상을 떠나 자칫하면 가문의 대가 끊겨 멸문지화를 당할 뻔한 나오미에게 손자가 생겼다(룻 4:13-17). 그것은 구약 율법의 계대결혼(繼代結婚)이라는 관습에 따른 것이다. 형제가 자식 없이 죽으면 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그의 부인을 다른 형제가 맞아 아들을 낳아서 죽은 이의 이름으로 대를 이어가게 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고대에 여성이 단
가을장마의 끝자락에서 9월을 맞는다. 가을장마가 여름장마보다 오히려 길게 느껴진다. 비의 양도 적지 않았다. 굵은 빗줄기였다가 어떤 때는 이슬비처럼 내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가끔은 깨끗한 가을 하늘을 내놓는다. 인근 근린공원 야산에는 장마와 함께 온 거센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시끄러운 매미들의 ‘맴맴’ 소리가 잦아든 곳에 ‘찌르르 찌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