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화 ‘토끼 브레어(Brer Rabbit)’ 시리즈 중에 한 이야기이다. 토끼는 어느 날 같은 시간에 두 집으로부터 만찬 초청을 받았다. 아침 일찍 집을 떠나 갈림길에 다다랐다. 오른쪽 길은 테리핀 씨의 집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포숨 씨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어느 집이 더 잘 차렸을까?” 토끼는 왼쪽 길을 조금 가다가 반대편 테리핀의 요리 솜씨가 나을 것 같아서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한참 동안 두 길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그만 두 집의 파티가 다 끝났나버리고 말았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의 어렸을 적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레이건은 새 구두를 맞춰 주겠다는 숙모를 따라 구둣방에 갔다. 구두 수선공은 레이건의 발 치수를 잰 뒤 물었다. "구두의 끝을 둥글게 해줄까 아니면 각이 지게 해줄까?" 그러나 레이건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떤 모양이 더 멋있을까 생각하며 망설이는 그에게 수선공은 잘 생각해 보고 다시 오라고 했다. 

며칠 뒤 레이건이 구두 수선공과 마주쳤다. 구두 수선공은 구두 모양을 결정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레이건은 두 가지 구두 모양이 모두 멋질 것 같아 결정을 못 내리고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수선공이 말했다. “정 그렇다면 일주일 뒤에 구두를 찾으러 오너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레이건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솜씨 좋은 구두 수선공이 알아서 구두를 멋지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며칠 뒤 구두를 찾으러 간 레이건은 수선공이 만들어 놓은 구두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구두의 한 짝은 각이 지고, 다른 한 짝은 둥글게 만들어진 짝짝이 구두였던 것이다. 몹시 당황해 하는 레이건에게 수선공이 말했다. “너는 이 일을 통해서 네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서 결정을 내려 줄 수 없다는 것을 배웠을 거야. 이처럼 스스로 내리는 결정은 무척 중요한 일이란다” 

그 뒤 레이건은 후일 이 일을 회상하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바로 그때 내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엉뚱한 결정을 해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척척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만큼 선택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 되어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 또한 내가 책임져야 한다. 누군가가 내 결정을 대신 해주는 일은 어렸을 적의 일이다. 성년이 되었다는 것은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책임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누군가가 내린 결정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선택과 결정의 무게를 견디고 바른 선택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지혜이고 인생의 실력이다. “내 아들아 너는 듣고 지혜를 얻어 네 마음을 바른 길로 인도할지니라”(잠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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