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방영 중이며, 50여 나라에서 1위, 2위를 다툴 만큼 대단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65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생존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그 드라마는 사람이 얼마나 돈 앞에서 나약해지고, 다른 사람에게 잔인하고 악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게임의 상금으로 내걸린 465억 원은 사람의 목숨 값이다. 사람들이 다 죽고 최후의 승자가 되면 그 돈을 모두 가지게 된다. 이 돈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대하고 속이고 죽인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다. 

그리고 그것을 흥밋거리로 구경하는 갑부들이 있다. 이들은 돈이 넘쳐나지만 인생에 흥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이 또 다른 재미로 찾은 것이 큰돈을 걸고 하는 인간사냥인 셈이다. 돈이 많으나 적으나 모두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와중에서도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의 분투가 그려지기도 하지만, 보는 내내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 드라마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돈의 노예뿐 아니라 명예와 권력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것들에 중독되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중독이란 “습관적으로 열중하거나 몰두하는 것”을 말하며 매우 포괄적인 용어다. 중독이라는 영단어 ‘addition’의 라틴어 어원인 ‘addicene’는 ‘동의’, ‘양도’, ‘굴복’의 의미로, 감금되거나 전쟁에서 패하여 노예가 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현대 중독자들을 묘사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 왜냐하면 중독자는 집착 대상에게 노예가 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중독의 이면에는 쾌감과 만족감이 있지만, 그 효과가 지속되지 않기에 반복하게 되고 집착하게 된다. 

다양한 중독들이 있다. “쇼핑중독, 게임중독, 인터넷중독, 스마트폰중독, 도박중독, 알코올중독, 니코틴중독, 카페인 중독, 마약중독, 일중독, 섹스중독, 투자중독, 물건수집중독, 권력중독” 등등. 무엇의 노예가 된다는 것, 그것의 종노릇 한다는 것은 거기에 매여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무엇인가에 몰두하거나 집착하게 만드는 이러한 중독들은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정신의학자인 아치볼드 하트(Achibald D. Hart)는 “모든 인간, 특히 현대인은 중독될 수밖에 없고 중독 안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불안이 일상화 되고 평안이 없는 시대의 단면인 셈이다. 무엇에 매이지 않고는 평안할 수 없는 현대인의 안타까운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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