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을 관람했다. 

뮤지엄 산은 강원도 원주 해발 275m에 들어서 있다. 

그래서 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했더니 그 이름이 중의적이다.

‘산(SAN)’Space·Art·

Nature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 한다. 

말 그대로 뮤지엄 산은 공간과 예술을 자연 안에 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독특한 건축물을 보면, “건축물이면 건축물일 뿐이며 실용성이 중요하지 거기에 너무 거창한 의미나 예술성을 담아야 하는가?”하는 메마른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뮤지엄 산 해설사의 말을 듣고 그 생각이 참 경박했다는 반성을 했다. 

특히 뮤지엄 산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철학에 대해 들으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로 현대 건축계의 거장이다. 

안도는 투박한 건축 재료였던 콘크리트에 장인적 정신을 담아내는 예술가에 가까운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되도록이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건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뮤지엄 산 본관 건물로 들어서면 인공의 빛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빛이 곳곳에 스며들게 한 독특한 건축 설계를 접하게 된다.

겨울이라 건물 주변 작은 호수들이 얼어버렸지만 다른 계절에 오면 자연을 반사하여 건물로 스며드는 빛의 빛깔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건물의 중정에는 마치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게임을 떠오르게 하는 □△○ 형태의 천정이 뚫린 공간이 있다.

콘크리트 벽 사이에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감흥은 남다르다.

그는 나무와 물과 돌이 건물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자아낸다.

안도의 처녀작인 스미요시 연립주택의 경우 집은 편해야 한다는 상식을 깬 작품이다.

집의 전면은 모두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 있고, 3등분된 가운데 부분은 천장 없는 빈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화장실에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과 직면해서 사는 길이라는 안도의 주장에 집주인을 포함해 다들 넘어가 버렸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

걷기보다 교통수단, 추위와 더위는 냉난방으로 무장하고, 시간을 들여 손수 무엇을 하기보다 이미 잘 만들어진 기성품에 길들여져 있다. 

이제 제철과일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해져 버렸다. 인공(人工)이 점점 자연(自然)을 덮어버리는 형국이다.

이렇게 인공이 주는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이 주는 혜택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무위자연’(無爲自然) 까지는 아니라도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볼 수는 없을까? 세계적인 바이러스의 창궐도 자연환경 파괴의 결과는 아닌지 심란한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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