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2022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어떤 학습 참고서가 가장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벌써 40여 년 전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참고서로는 ‘한샘국어’, ‘수학의 정석’, ‘성문영어’ 등이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수학의 정석시리즈 중에서도 ‘실력’ 편을, 그리고 성문영어 중에서도 ‘성문종합영어’를 가지고 공부했다. 실력이 좀 딸리는 사람들은 ‘수학의 정석 기초’나 ‘성문기본영어’ 혹은 ‘맨투맨 영어’ 같은 참고서를 가지고 공부를 했다. 그래서 누가 수학의 정석 실력 편이나 성문종합영어를 가지고 있으면 일단 그 사람은 공부를 좀 잘하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짐작을 하곤 했다.

하지만 성문종합영어나 수학의 정석 실력 편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말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그 책들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그 안의 문제를 실제로 잘 풀어내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장비 빨’, ‘유니폼 빨’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다. 값비싼 유명 메이커 장비를 가졌다는 것이 그 사람의 실력을 증명해주지는 않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특별히 선택했다는 ‘선민의식’(選民意識)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계시를 전달 받은 민족이었다.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를 분별할 수 있었고,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을 판단할 지혜를 얻었다. 수많은 종교와 철학이 터득하려고 갖은 노력을 했던 인생의 구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를 유대인들이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특권을 자랑했다. “유대인이라 불리는 네가 율법을 의지하며 하나님을 자랑하며”(롬 2:17).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의 길을 인도하는 길잡이이며,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사람이며, 어리석은 사람의 스승이요 어린 아이의 교사로 자처했다(롬 2:18-19). 

하지만 그들이 착각한 것이 있었다.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진래대로 살 능력도 있음을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대인들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일에 철저히 실패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네가 네 자신은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도둑질하지 말라 선포하는 네가 도둑질하느냐? 간음하지 말라 말하는 네가 간음하느냐 우상을 가증히 여기는 네가 신전 물건을 도둑질하느냐?”(롬 2:21-22). 유대인들의 역사는 그야말로 불순종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하나님 말씀을 익숙하게 잘 안다 해도 그것 자체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예였다.

이것은 오늘날 신자들도 명심할 일이다. 세례를 받았고, 교회 오래 다니고, 성경을 잘 아는 것이 구원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이 아니면, 성령의 거듭남의 역사가 아니면 그 누구도 소망 없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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