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가 많은 장소를 알고 있는 형부와 언니를 따라 나섰다. 모자와 막 입어도 괜찮을 옷과 장갑, 신발과 집게를 갖추고 왔다. 시내에서 30여분 벗어나면 이미 벼 베기를 마치고 탈곡한 빈 볏짚을 하얀 비닐로 감싸 둥글고 큰 마시멜로 같이 만들어 뒹구는 논의 정경과, 추수를 기다리는 노란 알곡이 고개를 가누지 못 해 누운 황금들판을 보며 익어서 고개 숙인 모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르-하지(Helena Norberg-Hodge)는 라는 책에서 ‘세계화’ 혹은 ‘서구 문명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히말라야 고원의 작은 도시인 인도의 라다크를 예로 든다. 라다크는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환경에서도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였다. 그런데 서구식 개발이 시작되면서 환경파괴
지난 7월 12일부터 시작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강화조치가 코로나19 확진자 줄이기에 실패한 모양새다. 추석연휴를 전후해 하루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방역전문가들은 하루 4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짧고 굵게를 내세우며 시작한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인해 많은 소상공인들이 도산 직전의 상황으로 몰린 가
어느새 가을에 들어섰지만, 가로수의 은행잎은 아직은 짙은 노란 물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 열매는 벌써 노릇노릇 익어 더러는 인도에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흉한 모습으로 일그러져 악취를 풍기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새벽이면 사람들이 장대를 들고 나타나 채 영글지도 않은 은행을 털어서 쓸어 담아 가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시간과 세월은 늘상 흘러가기 마련다. 그 이유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인연이 있었던 까닭에 아쉬움을 더한 표현으로 보내기 싫어함이 내포된 말이다.조금 이라도 더 잡아두고 싶은 미련과 얼마라도 더 가까이 볼을 비벼대고 싶은 애잔함도 서려 있다. 또한 한번 지나가면 다시 불러 올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다가올 시간에 대한 불확실한 신뢰에서 비롯된
요즘 우리나라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방영 중이며, 50여 나라에서 1위, 2위를 다툴 만큼 대단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65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제 며칠 후면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음력 팔월 보름을 일컫는 추석은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인 것이다.여름 내내 들판에서 땀을 흘린 농부들이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오곡백과를 추수하는 계절에 맞이하는 추석은 옛 선조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성환에 자리 잡은 한옥 카페에 있었다. 여기는 집에서 가까운, 주로 평일에 휴무를 내는 날이면 이곳에 온다.새로운 풍경을 만날 때,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지점에서 보거나 듣는 것을 나만의 기쁨으로 여긴다. 미닫이 격자무늬 문을 열어놓고 작은 한옥 방에서 밖을 내다본다. 마당에는 옹기항아리 모음, 잔디밭 둘레에는 배나무 과수원이 둘러싸인 쉼터에 앉아 있노라면
유대인들은 족보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어느 지파 어느 사람인지가 그 자신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룻기에 나오는 보아스는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는 낯선 여인을 보고 아랫사람에게 물었다. “이는 누구의 소녀냐?”(룻 2:5). 어느 집안에 속한 여자인가를 묻는 것이다. 신약 마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유대인들에게 소개하면서 가장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
평택시가 정장선 시장 취임 이후 약 4년간 농업기술센터 유통과를 통해 슈퍼오닝 브랜드 홍보비 60여억 원을 원칙과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집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더욱이 시 행정에 비판적인 일부 지역 언론사는 슈퍼오닝 홍보비 지급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이는 홍보비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새들도 집으로 가고 나무와 꽃이 잠든 밤이다. 오늘 보았던 가을꽃을 생각해 본다. 맨드라미, 과꽃, 자주달개비, 일일초와 더불어 많은 꽃이 이름처럼 많다. 비가 유난히 자주 내린다. 지겹다 하면서도 오늘 내린 비는 부침개에 술을 권하는 비다. 퇴근을 하면서 빨간딱지 소주를 샀다. 내일은 휴무이기도 하거니와 비의 음률에 닿고 싶었다. 맑은 것과의 조우는 늘
남편도 아들들도 다 세상을 떠나 자칫하면 가문의 대가 끊겨 멸문지화를 당할 뻔한 나오미에게 손자가 생겼다(룻 4:13-17). 그것은 구약 율법의 계대결혼(繼代結婚)이라는 관습에 따른 것이다. 형제가 자식 없이 죽으면 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그의 부인을 다른 형제가 맞아 아들을 낳아서 죽은 이의 이름으로 대를 이어가게 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고대에 여성이 단
평택시 소사벌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된 시각장애인유도블록(이하 점자블록)이 파손되어 있거나,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는 경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중에는 아예 점자블록이 횡단보도가 아닌 차도 방향으로 잘못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본지는 지난 2020년 6월 경 이러한 사항에 대해 지적했고, 당시 평택시 관계자는 소사벌 상업지구의 점
세월이 흘러도 서로가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금불변의 진리이다. 좌측이 있으면 우측이 있고, 위가 있으면 아래가 있다. 그 가운데 있는 우리는 참으로 난해 하고도 복잡 다난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그 중심을 잡기란 마치 곡예사의 능력과도 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격려와 칭찬 뒤에 숨은 시기와 질투처럼 요즘
가을장마의 끝자락에서 9월을 맞는다. 가을장마가 여름장마보다 오히려 길게 느껴진다. 비의 양도 적지 않았다. 굵은 빗줄기였다가 어떤 때는 이슬비처럼 내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가끔은 깨끗한 가을 하늘을 내놓는다. 인근 근린공원 야산에는 장마와 함께 온 거센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시끄러운 매미들의 ‘맴맴’ 소리가 잦아든 곳에 ‘찌르르 찌르르
최근 평택시 내 보도에 불법으로 주차된 전동킥보드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시 차원에서의 운용 대책도 민원이 들어온 곳에 한해서 업체 측에 수거를 요청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평택시에 따르면, 현재 평택시 내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는 총 5곳으로, 운영되는 전동킥보드의 수는 400여 대에 달한다.
같은 시내지만 우연한 기회에 처음 가 보는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우리 고장도 이젠 시가지가 많이 넓어져서 고루 다 다녀 볼 기회가 없던 차에 어쩌다 우연히 지나다 보니 다른 도시에 온 듯 한 느낌이 들었다.물론 이 지역은 전에는 외곽지역으로 민가가 없던 곳인데 근래 개발이 되면서 기존 시가지 보다 더 현대화 된 시가지로 조성 되어, 어느 대도시를 방불케
지갑을 잃고 신분증도 잃었다. 나의 또 다른 손처럼 열고 닫기에 부지런했던 수첩도 없어진 것을 다음날 아침에서야 알았다.십년 넘게 손에 닳아 내 일부가 되었던 귤색 지갑은 군데군데 색이 떨어지고 볼 품 없지만 주홍색감과 부드러운 감촉이 좋았다. 생활 속 친구가 되어 언제나 가방에 있을 줄 알았다. 내 부주의로 잃은 것이라 생각되어 당황스럽고 불안해 며칠이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정책 중 가장 민감한 문제는 아마 부동산관련 정책일 것이다. 그런데 구약 이스라엘의 부동산제도는 매우 독특했다. 이집트의 압제를 벗어나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은 각 지파와 가문에 따라 땅을 분배받았다. 분배받은 토지는 함부로 팔 수 없었다(레 25:23). 어려운 사정으로 토지를 팔았을 경우엔 가까운 친족이 그 토지를 되사주어
지난 2017년 6월 24일 개소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통복시장 청년숲’이 4년여가 지난 현재 초기 입점 점포 상당수가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복시장 청년숲은 시비 6억 원을 포함한 총 1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조성됐다. 그러나 조성 당시 19곳의 점포로 시작한 청년숲이 이달 17일 기준, 초기 점포 9곳만이 계속해서 영업을 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