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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집, 그리고 사과나무 두 그루와 채송화 밭
최희정(와온)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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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15  11: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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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환에 자리 잡은 한옥 카페에 있었다. 여기는 집에서 가까운, 주로 평일에 휴무를 내는 날이면 이곳에 온다.

새로운 풍경을 만날 때,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지점에서 보거나 듣는 것을 나만의 기쁨으로 여긴다. 

미닫이 격자무늬 문을 열어놓고 작은 한옥 방에서 밖을 내다본다. 마당에는 옹기항아리 모음, 잔디밭 둘레에는 배나무 과수원이 둘러싸인 쉼터에 앉아 있노라면 아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툇마루 천장에 지은 제비집을 보았다. 어느 봄날, 제비 부부는 진흙과 솔잎과 잔나뭇가지를 부지런히 물어다가 이 집을 지었겠지, 견고하게 엮은 갸름한 세모꼴의 오목한 집! 이 둥지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벽돌집처럼 정교하고 예쁘다.

여기 제비 새끼 세 마리가 있었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노란 부리를 크게 벌려, 어미 제비가 연신 실어 날라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다. 자세히 보니 이 둥지는 아주 조그마해 새끼들만 몸담을 만큼의 크기다. 요 새끼들이 자기만의 날개로 깃을 치며 날아갈 때 까지만이다. 어미 제비는 둥지 난간이나 처마 밑에 앉아 쉬거나 잠 자는 걸까?

집으로 오는 길을 잘못 들어 샛길에 들어서는데, 시골집 어느 아담한 기와집 마당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마당에는 사과나무 두 그루와 채송화가 심어져 울긋불긋했다. 큼직하고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양과 채송화꽃들이 번져 밭을 이룬 것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자연이 나에게 심어 준 크나큰 선물이다.

가을 들녘 “모 심고 내일 모레면 벼 베어!”라는 농부의 말처럼 모 심고 네 달이 되자 벼가 익었다. 연보라꽃 마구 피던 참깨도 베어져 가을볕에 말리우고, 저녁무렵 들깨잎 향기는 더욱 짙어졌다. 

 자연의 하나의 신전, 거기에 살아있는 기둥들은 이따금 혼돈스런 말들을 흘려 보내고 사람은 친근한 시선으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리로 들어간다.

어둡고 그윽한 통일속에 긴 메아리 멀리서 어울려 들 듯 향기와 색채와 음향이 서로 화답한다.

- 보들레르의 시

<만물 조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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