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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의 말
유영희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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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08  12: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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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도 집으로 가고 나무와 꽃이 잠든 밤이다. 오늘 보았던 가을꽃을 생각해 본다. 맨드라미, 과꽃, 자주달개비, 일일초와 더불어 많은 꽃이 이름처럼 많다. 

비가 유난히 자주 내린다. 지겹다 하면서도 오늘 내린 비는 부침개에 술을 권하는 비다. 퇴근을 하면서 빨간딱지 소주를 샀다. 내일은 휴무이기도 하거니와 비의 음률에 닿고 싶었다. 

맑은 것과의 조우는 늘 반갑다. 맑은 소리는 영창 피아노이기도 하지만 빗소리를 놓을 수 없다. 때리면서 맑아지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차양에 똥똥 구르고 떨어지는 빗물은 내 가슴의 은유다.

새로운 취미인 그림 삼매에 빠졌다. 삼매三昧는 잡념을 버리고 한 가지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라는 경지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문제가 아닌 내가 집중한 모든 일들에 몰입을 하는 순간 나는 행복하다. 

호숫가 오두막집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지구상의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맑은 이웃’으로 자연을 택하였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간소한 삶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여름날을 울리던 모든 소리가 쇠하였다. 멸망한 소리는 멸망이 아닌 다음 계절의 비수기다. 봄처럼 울어보거나 가을날의 뜨거운 볕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의 바람이다. 비와 사람의 마음이 섞인 질풍노도는 폭풍의 계절에서나 볼일이다.

차를 끓인다. 언제부터인지 연잎을 우린다. 우리는 일은 마음이 가진 영원한 무게다. 두 번도 좋고 세 번도 좋을 차의 가벼운 진동을 보며 마음 맑아지는 이유를 알겠다. 차의 공덕을 알겠다. 

이미 새들은 잠들었다. 밤은 암흑이다. 모든 침묵의 밤들은 선선해진 바람과의 소통이다. 잘 견디고 잘 살아온 내생이 아름답게 평온하게 축적된다.

‘시시한 생은 없다’고 한다. 묻지 않아도 묻는 우리의 눈빛을 보면서 시시한 일들이 사람살이의 오묘한 순간임을 더덕더덕 기워가는 한 땀임을 시시한 사람의 골밀도에 적어 본다.

흘러가는 시간은 아까운 게 아니다, 자연이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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