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세월은 늘상 흘러가기 마련다. 그 이유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인연이 있었던 까닭에 아쉬움을 더한 표현으로 보내기 싫어함이 내포된 말이다.

조금 이라도 더 잡아두고 싶은 미련과 얼마라도 더 가까이 볼을 비벼대고 싶은 애잔함도 서려 있다. 또한 한번 지나가면 다시 불러 올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다가올 시간에 대한 불확실한 신뢰에서 비롯된 애정 깊은 수동적 동정이기도 할 것 이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앞으로 오래도록 다가 올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가늠할 수 없기에 더욱 더 아쉬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궁여지책으로 가는 세월을 한꺼번에 흘려보내지 말고 조금씩 나누어 보내고픈 인간의 욕망에서 생각한 것이 계절 나누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절기가 넘어갈 때마다 지나간 시절을 되돌아보며 회상에 젖기도 하고, 임의적으로 정해둔 다음 절기의 방문을 기다리며 거기에 맞는 생각과 생활방식을 준비 하게 된다. 이렇게 절기가 바뀌는 것을 오래전부터 우린 환절기라는 이름으로 불러 오고 있다.

스물 네 시절을 나누어 24절기로 이름을 붙여 두었다. 시절의 특색과 상황을 곁들여 이름 지어졌기에 어쩌면 세월의 시절 예보라 함이 옳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 시절을 우선 4등분 하였고 그 사이마다에 5개의 구분 점을 두어 구비마다 적절한 이름을 붙였다. 추석 명절을 지내고 나니 가을의 끝자락인 추분이 지났다.

옛날 할머니께서 추분이 지나면 하루해가 여우꼬리만큼씩 짧아진다고 하신 말이 생각이 난다. 밤과 낮의 길이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지배한다. 어쩔 수 없이 절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인간의 선택이 되어 있다. 수없이 많은 세월의 환절기를 넘기며 인생의 환절기도 성숙해 가기 마련이다.

하나 둘씩 낙엽이 싸여가는 또 한 번의 환절기를 맞이하며 곳간을 정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결실을 생각하며 계절의 언덕에 서서 다가올 새로운 시절을 기다려 보자. 이 가을 낙엽이 가는 길은 언덕이 아니라 내년 봄을 향한 길이다.

한번 또 한 번씩 넘어가는 환절기마다 예쁜 낙엽이든 코스모스 꽃잎이든 잠자리 날개든 불러들여 붙여두고 싶다. 이 시절이 가장 호시절이라고 외쳐도 보고, 계절과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인생길에 커다란 플라타너스 입새 한 개 주워들고 만족하며 살고 싶어 환절기와 한가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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