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소사벌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된 시각장애인유도블록(이하 점자블록)이 파손되어 있거나,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는 경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중에는 아예 점자블록이 횡단보도가 아닌 차도 방향으로 잘못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본지는 지난 2020년 6월 경 이러한 사항에 대해 지적했고, 당시 평택시 관계자는 소사벌 상업지구의 점자블록을 전체적으로 확인한 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전면 재보수한다고 밝혔으나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는 것을 생각하면, 파손되어 있거나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하고 나아가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평택시의 이러한 ‘무대응’은 해당 지자체가 장애인 복지에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은 비단 평택시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이라는 주제의 내용을 포스팅하며, 점자블록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민원분석시스템으로 점자블록 관련 민원을 수집한 결과 총 2,847건의 민원이 확인됐고 민원은 각각 ▲점자블록 파손·훼손(1,257건) ▲불법주차 차량 및 다른 시설물이 점자블록 침범(603건)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에 신규 설치 요구(596건)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325건) 등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점자블록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점자블록을 점검해야 하며, 점자블록을 설치할 때 실내용과 실외용을 구분해서 튼튼한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잘못 설치돼 있거나 구조상 문제가 있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점자블록 설치 후 시각장애인으로 하여금 시설 사전 점검을 하게 하는 등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장애인들이 거리에 얼마나 보이느냐에 따라 선진국 여부를 가늠한다”는 말이 있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그들의 사회 진출이 용이하다는 뜻이다. 평택시는 이제 인구 55만이 넘는 대도시가 되었다. 평택시 차원에서의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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