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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밤 줍기
유영희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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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06  11: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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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나무가 많은 장소를 알고 있는 형부와 언니를 따라 나섰다. 모자와 막 입어도 괜찮을 옷과 장갑, 신발과 집게를 갖추고 왔다. 

시내에서 30여분 벗어나면 이미 벼 베기를 마치고 탈곡한 빈 볏짚을 하얀 비닐로 감싸 둥글고 큰 마시멜로 같이 만들어 뒹구는 논의 정경과, 추수를 기다리는 노란 알곡이 고개를 가누지 못 해 누운 황금들판을 보며 익어서 고개 숙인 모든 겸손한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산길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묘역을 지나니 밤 껍질이 수북하다. 이미 여러 사람이 훑고 지나간 역력한 모습이다. 잡풀과 나뭇가지가 우거져 나뭇가지로 툭 치며 길을 내어 들어갔다. 경험이 많은 형부가 “처제, 썩지 않은 밤은 반짝반짝 윤이 나니까 그런 것만 집으면 된다”고 일러 주셨다. 낮은 곳이지만 보기보다 경사가 있어 부직포 가방에 몇 알도 넣기 전 구슬땀이 흐르고 힘이 든다. 밤송이에 서너 개 박힌 밤알을 발로 비벼 꺼내보면 머리 부분은 이미 벌레가 점령군이 되어 속살을 야금거리고 있었다. 

보물을 집듯 하나 둘 집어넣은 밤이 조금씩 무게로 늘어나고 있다. 밖에서 볼 때 그저 야산에 불과 해 보였는데 찔레꽃 덤불이 유난히 많은 산은 산밤 줍기 첫 경험자의 출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눈곱만한 날개로 눈과 얼굴과 겉옷을 뚫고 찌르기 공법을 하는 날벌레가 성가시다. 처음 보는 기어가는 벌레에 놀라고 뱀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는 몸통 굵은 지렁이에 놀랐다. 이곳에도 이렇게 입주민이 많았었구나, 사람의 공간과 모든 생명 지닌 공간은 살아간다는 일의 연속성에 분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방에 밤의 무게가 제법이다. 한 알 두 알이 모인 큰 무게다. 이정도면 되었으니 남은 밤은 산 다람쥐나 청설모에 양보하자며 은근히 인심을 쓴다. 

은행나무도 알알이 열린 열매의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땅으로 울음을 쏟는다. 노란눈물의 향기를 맡으며 누구는 찡그리고 누구는 눈물의 의미에 감동한다. 어떤 이도 줍는 사람이 없다. 눈물 알갱이를 다듬으면 옥석이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에 마음의 여유도 없고 성가시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러하다.

주워온 산밤을 등분하여 나눔을 하였다. 알은 작지만 단맛도 좋고 맛도 있다. 윤나는 단단한 껍질을 매만지니 한 그루 나무의 일생이 보인다. 일생이 어디 이 나무에만 있겠는가, 세상을 이루는 동산이란 원처럼 시간, 영혼, 희열이 방생된 행복과 즐거움은 의외로 쉽고 작은 것에서 느끼고 볼 수 있다. 오늘이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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