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소사벌B-3블록 공공분양주택을 분양한다는 광고가 내걸린 소사벌지구 내 LH아파트 단지 모습. 현재까지 국민임대아파트 임대률은 80%를 넘었을 뿐이다.
평택 소사벌B-3블록 공공분양주택을 분양한다는 광고가 내걸린 소사벌지구 내 LH아파트 단지 모습. 현재까지 국민임대아파트 임대률은 80%를 넘었을 뿐이다.

평택시에 거주하는 최병기(가명)씨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저소득 근로자에 속한다. 매월 1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중인 아들, 딸, 부인과 함께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평택 남부지역 단칸방 원룸에서 거주했던 최씨 가족은 한때나마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평택시 소사벌지구에 국민임대아파트 총 2,052세대를 조성해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 보호대상 한부모가족, 북한이탈주민, 국가유공자,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한다고 선정기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뿐, 그 꿈은 금새 무산됐다.
변변한 직장도 없었던 그에게 국민임대아파트의 높은 임대보증금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최 씨는 “아이들에게 새집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며 “지금처럼 월세를 내면서 새집에서 거주하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현재 최씨는 단칸방에서 가족들과 기거하고 있다.
현재 LH국민임대아파트 46형(21평)에 거주하는 김창수(가명) 씨도 국민임대아파트 모집 등을 통해 보증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곳저곳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결국 임대보증금을 채우지 못해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
김 씨는 “(보증금이 더 저렴한 작은 평수도 있지만) 부양가족들이 많아서 21평에 거주할 수 밖에 없었다”며 “국민임대아파트는 집없는 서민들을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일반 시민들이 빚지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주변시세 따라 결정되는 ‘국민임대아파트’

국민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정부(지방)재정과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주택공사나 지방공사에서 건설(또는 매입)해 30년 이상 장기간 임대하는 주택으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10~20평형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집없고 가난한 서민들에게 저렴하고 편안한 보금자리 주택을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이 서민들에게 부담스러운 ‘아파트’로 전락했다.
통상 민간기업에서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아파트를 지을 경우에는 (도로확충 및 설치, 상수도시설 등 기반시설 조성비용)조성원가와 함께 적절한 프리미엄이 붙는다.
평택시 소사벌 택지지구 B-4 효성백년가약아파트, 장안동 384번지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국민임대아파트를 건설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국민임대아파트 임대가격은 도로, 상·하수도 시설, 전력시설, 아파트 준공비용 등 조성원가로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평택사업본부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인근 아파트 및 주택가격을 비교, 감정 평가를 거친 후 결정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위해 건설된 아파트가 민간기업에서 이윤 추구를 위해 건설한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평택시 합정동 현 모(53세·남)씨는 “한 두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게 몇 천만원씩 목돈이 어디 있겠냐”며 “결국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평택소사벌 국민임대아파트 A-1 BL, A-2 BL 총 2,052세대는 26형(11평), 36형(16평), 46형(21평), 51형(23평)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별 임대조건을 살펴보면 26형(11평)은 보증금 1천170만원에 월 임대료 12만 7천원, 36형(16평)은 보증금 1천650만원에 월 임대료 18만 4천원, 46형(21평)은 보증금 3천570만원에 월 임대료 23만 4천원, 51형(23평)은 보증금 4천40만원에 월 임대료 32만 5천원으로 임대가 이뤄지고 있다.

●80% 남짓한 임대률, 탄력적 보증금 제도 ‘운영해야’

아파트를 분양이 끝나고 남겨진 미분양 아파트는 늘 골칫거리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약 70~80% 분양이 완료되면 성공된 분양사업이 된다.
LH 소사벌택지지구 임대주택아파트의 분양률은 얼마일까? A-lBL/ A-2BL 등 총 2052세대 가운데 약 80%의 임대률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A-1의 경우 약 86%, A-2의 경우 약 84%의 임대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을 위해 마련된 아파트가 집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남겨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대아파트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택부동산 메카1번지 김진철 대표는 “(주변시세보다는) 저렴할 수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감은 상당히 클 것”이라며 “최근에 분양했던 판교, 안중 현화지구 임대아파트의 경우에도 (서민들에게) 높은 임대보증금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민들이) 임대보증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임대보증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보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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