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선일보에 ‘부모의 눈물로 올리는 웨딩마치’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의 잘못 변질되어 가는 결혼 문화에 대하여 그 실상을 잘 들어 내놓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요즘의 결혼은 허례와 허식 그리고 체면 치례와 과욕으로 인한 불필요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혼인 비용 때문에 혼령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혼인을 기약 없이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독신으로 살거나 부모한테 얹혀사는 기생독신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부터인가 결혼 조건으로 남자 측에서는 집을 마련해야 하고 여자 측에서는 혼수와 예단을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예단도 이젠 양가 쌍방이 서로 보내기도 한다. 이런 부담 때문에 예비 신랑과 신부 사이에 또 양가 부모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켜 약혼까지 하고도 파혼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결혼까지 하고도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집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물론, 결혼을 하면 신혼살림을 꾸려야 할 월세방이 되었건, 전세집이 되었건, 내 집이 되었건, 집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부모 마음에서야 어려웠던 시대에 단칸 셋방에서 고생하며 살았기에 자식만은 그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하겠다는 마음에서 집을 마련해 주고 싶은 심정이야 어느 부모인들 없겠는가. 그러나 이젠 그것이 결혼의 필수조건으로, 그것도 신랑 쪽으로 낙착이 되다시피 된 것이다.
문제는 집값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웬만한 월급쟁이가 평생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계산이 나올 뿐더러 전셋집 또한 여간 비싼 게 아니다.
그나마 계약기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전세 값을 올려줘야 한다. 그렇다고 월셋집 살기에는 너무 벅차다. 그런데다 신부 측에서는 집 한칸 마련 못하는 남자를 사위로 맞이하기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예단 문제는 또 어떤가? 원래 예단은 신부가 시댁에 드리는 비단인데 옛날에는 비단이 귀했기 때문에 가장 귀한 비단으로 시댁에 선물로 드려 예를 표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 와서는 현금, 귀금속, 명품 핸드백, 모피코트, 최신전자제품, 해외여행권 등 만만치 않은 고가품들이다. 여기에 호화판 결혼식도 한 몫을 한다.
이 모두가 혼인의 참뜻을 새기기 보다는 불필요한 과시와 과욕에 불과한 것이다. 부유층들은 돈이 많다 보니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상대편 입장은 조금도 고려 않고 원 없이 해 보내겠다는 태도다.
결혼 풍속도가 이렇게 치닫다 보니 능력이 모자라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도 빚을 내 가며 자식이 새 사돈에게 괄시 받지 않고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해 억지로 따라가는 경향이다.  
요즘은 결혼하면 시댁으로 들어가 시집살이를 하는 시대도 아니다. 또 아들이라고 해서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도 아니다. 아들이고 딸이고 평등한 인격체로서 만나 똑같은 지위로 살아간다. 그러기에 집 문제나 혼수 예단 문제도 양가의 형편 따라 동등하게 부담해야 마땅하다.
이 문제는 먼저 양가의 어머니들이 마음을 열고 의논하여 적은 규모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신랑 신부 당사들이 노력을 통해서 자력으로 이룩해 가도록 맡겨 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국가에서도 신혼부부의 주택을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주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