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 쇠를 녹인 물을 틀(거푸집)에 부어 굳혀 만드는 물건을 말한다. 예부터 가마솥을 사용해왔던 우리나라에서 주물의 역사는 꽤 깊고도 오래되었다. 여기 안성주물은 일제강점기였던 1910여 년도부터 100년 간 한자리에서 주물의 역사를 이어왔다.

 

김성태 이수자
김성태 이수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제45호인 아버지 김종훈 주물장의 뒤를 이어 2013년 이수자로 선정돼 안성주물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성태 대표. 그는 1988년도부 터 가마솥을 만들어왔다.

  “저희 집은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주물일을 해왔는데 1910년경, 할아버지께서 공장을 구입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100년간 안성의 역사와 함께 해 왔습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가마솥은 생활필수품이었다. 밥부터 국, 찌개, 볶음, 튀김까지 때로는 가마솥 뚜껑 위에 전을 부치고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다. 가마솥 하나면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그야말로 만능 조리기구였다. 허나 이렇게 다양하게 쓰였던 가마솥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가마솥의 원리를 이용한 전기밥솥이 나오고 더 가볍고 편리해진 조리기구들이 가마솥을 대신하고 있다.

  이렇듯 가마솥은 점차 사라져 가는 물건임에도 안성주물이 지금까지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 까? 가마솥은 한번 사면 20년이고 30년이고 무한정 쓸 수 있는 물건이다. 오히려 새것보다도 쓰면 쓸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 가마솥이다.

  한번 사간 사람은 다시 올 필요가 없다. 단골은 없지만 수요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100년을 지켜 온 안성주물만의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 를 쓰는 것은 기본이고,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도 현 대사회에 맞게 가마솥의 모양을 변형시켰다.

  “안성주물은 주물의 역사에서도 100년, 안성의 역 사 100년이라는 점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 다. 그만큼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 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저희의 자랑이라면 자랑이죠(웃음)”

  김성태 대표는 잘 알고 있다. 가마솥은 흔히 사용하는 물건도 아니고, 점점 사라져가는 물건임을... 그렇기에 사람들이 조금은 더 편리하게,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해 나간다. 그는 소비자에게 마음과 정성을 판다는 생각으로 일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저마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달라 하나의 제품을 두고도 ‘비싸다’, ‘싸다’ 의견이 다르다. 그는 그저 소비자를 생각하는 안성주물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고맙고, 설사 모르더라도 서운하지는 않다. 좋은 제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닌 사람들은 언젠가는 꼭 안성주물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철광소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질좋은 선철만을 사용해 가마솥을 만든다. 그래서 안성주물은 한국품질시험연구에서 중금속(비소, 납, 카드늄 등) 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한 제품이다.

  또한 가마솥은 주성분이 철이기 때문에 가마솥에 음식을 해 먹으면 자연스럽게 철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철분섭취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학 제품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열전도율이 높고 쉽게 식지 않아 조리에 사용되는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성주물에서는 물건을 의뢰받아 제작·판매하기도 한다. 작은 가마솥 하나로 가게를 개업해 몇 년 사이 지금은 15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소문난 맛집이 된 음식점이 있다. 하루에도 몇 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는 냉면집의 자랑은 안성주물의 가마솥이었다. 식당의 현관 앞 가마솥 3개는 식당 주인에게 귀중하고도 가치있는 물건이 되었다. 물론 그의 빼어난 음식 솜씨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자신의 제품을 사용해 성공한 사람들을 볼때마다 김 대표는 절로 흐뭇해진다.

  가마솥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6개의 형틀이 필요하다. 형틀에는 흙을 다져넣고 용광로에서는 일정한 온도로 쇠를 녹여 순도를 높인다. 녹인 쇳물을 거푸집에 붓는다. 어느 정도 굳은 후에 솥을 꺼내 안에 있던 흙을 퍼낸다.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형틀에 흙을 다졌다 퍼냈다 쇳물을 붓고 꺼내는 과정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체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 가마솥을 만드는 일이다. 또한 그만큼 힘든 일이기도 하다.

  무쇠와 불이 조화를 이뤄 완성되는 가마솥. 무쇠 주물기술은 그 맥이 단절되다시피해 그 기능을 재현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해졌다. 김 대표는 주물장의 이수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 말한다.

   “힘닿는 한 열심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공장을 재정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 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가마솥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역사관이나 박물관이 건립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까 생각해본다.

  “수입품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에요. 무쇠 제품은 숨을 쉴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위에 코팅을 해놓은 제품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더 많은 분들이 그런 것을 알고 좋은 제품을 사용해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 드셨으면 좋겠어요.”

  100년이라는 역사를 함께해 온 안성주물의 가마솥은 사람들의 곁에서 추억과 그리움으로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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