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로서 지금까지 지켜져 오는 명절은 추석과 설, 둘만 남아 있다. 두 명절에 공통점이 있다면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며 가족의 정을 나누는 것이다.

  특히 추석은 가을에 들어 있기에 각종 햇곡식과 과일을 추수하여 그 어느 계절보다도 풍성하고 날씨 또한 춥지도 덥지도 않아 활동하기에도 좋아 명절로서 지내기에는 아주 좋은 때이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이런 명절의 풍속도가 많이 변질 되어 가고 있음을 본다. 설과 추석 당일은 법정 공휴 일인 데다 앞뒤로 하루씩 더 붙여 연 3일간 휴일의 혜택을 누린다.

  거기다 금년 추석의 경우에는 추석이 일요일과 겹쳐 추석 다음 대체 공휴일로 화요일에 하루 더 쉬게 되어 4일간의 연휴를 즐기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인천 공항에 여행객이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벌초도 대행업체가 있어서 돈을 주고 그곳에 맡겨서 미리 하게 하고 차례도 여행지에 가서 차례 음식을 전문점에 주문해 여행지 숙소에서 지낸다고 한다.

  이번 추석 기간에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가족 간에 불화로 인한 살인 사건, 법정 소송 사건 등의 사례를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이다.

  원인은 대부분 재산 분배의 불만, 제사와 부모 부양 문제에 얽힌 것이다. 우리가 지난날 농경 사회에서 살 적에는 대부분 대가족제도 하에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지는 못했어도 가정의 법도와 우애는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산업화됨에 따라 경제 성장은 되었지만 가족 제도 또한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되면서 가족 간의 의식구조도 많이 변해 가고 있음을 본다.

  추석을 맞이해서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 찾아온 아들 며느리 손자들을 정겹게 맞이하며 오래간만에 가족끼리 모여 차례도 지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아쉬운 헤어짐을 맞는다.

  어머님은 차례 지내고 남은 송편, 전, 과일 그리고 농사지은 귀한 곡류들을 봉지 봉지에 정과 함께 담아 차에 실어 준다.

  그러나 그 어머님의 정이 담긴 음식물들이 고속도로 휴게소 쓰레기장에 모두 버려진 광경을 텔레비전을 통해 생생하게 방영된 것을 전 국민이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형식적이고 마지못해 고향 집에 찾아가 지내는 추석 명절, 즐거움이 아니라 명절 증후군이라는 병명이 생길 정도가 된 것이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법원에 이혼 소송 건수가 평상시 보다 더 많다고 한다. 추석이나 설 명절을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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