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책은 예전에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읽고 레포트를 제출했던 윈델 베리(W. Berry)의 “삶은 기적이다”라는 책입니다. 책 내용이 매우 유익한 것이어서 단번에 읽어 내려가기도 했거니와 벌 써 수년이 지났지만 내게는 가슴 속 울림으로 남아 있는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한국어 번역판 14 쪽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우리는 삶을 ‘안다’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삶을 우리의 이해의 범주로 환원시키고, 생명을 예측하거나 기계적으로 다루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위의 말을 하는 이유는 물론 인간들은 자신의 삶을 조작 가능한 기계로 여길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기적으로 마주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목사로 살아가면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성도의 슬픔에 참여하게 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멀쩡 하던 남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가 하면, 갑작스런 사업의 부도로 인한 괴로움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길이 없어 보이는 환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때로는 기적적인 일이 체험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입니다.

  인생 앞에 마주하여서 자신은 인생을 전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학신봉주의자들이 그렇습니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과학이 발전하면 모든 것 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 입니다.

  물론 과학은 많은 부분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인류를 인도할 것 입니다. 그러나 과학이 모두 알 수 있다는 건 환상이자 착각입니다. 세상이 더 발전되면 모든 것을 알게될 것이고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그날 가장 행복할 수 있 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그 ‘앎’ 으로 세상을 다 알아버리겠다는 착각과 만용은 속히 주제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인생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성이 됩니다. 이 런 사람들에게는 인생이란 ‘인식’ 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 됩니다. 하나의 대상을 놓고 연구해서 미리 알아차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그 대상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인생임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겸손함으로 인생 앞에 나서는 진정한 행복을 가진 자의 모습입니다.

  요즘 아침 하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매일 보는 아침이지만 (제 경우에는) "오늘은 또 그분께서 사람들을 위해 어떤 아침을 빚으셨을까?" 궁금하고 기대함으로 아침을 만납니다. 구름을 만들고, 비를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마당에 별 의미 없는 일갈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그냥 알 수 없는 것으로 좀 놔뒀으면 좋겠습니다. 열리면 가고, 닫히면 멈추고 그 알수 없는 인생 속에서 기대와 소망 또한 의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삶은 조작 가능한 대상이 아닙니다. 삶은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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