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에 목사들이 모이는 집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거기 강사로 나서신 김진두 목사님(영등포 중앙교회)의 말씀에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몇 해 전목사님이 독감에 걸렸는데 3주 이상 회복이 안 되어서 참 고생을 많이 하셨답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어렵사리 선배 목사님의 칠순 식사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자신을 걱정해 주는 선배 목사님을 만났지요.

“김 목사 얼굴이 왜 그래?” 물으시는 선배 목사님께 김 목사님은 말했습 니다. “말도 마세요. 저 몇주 동 안 죽을 뻔했습니다. 목회고 뭐고 다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그때 목사님의 선배 목사께서 손을 꼭 잡으시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 목사 사람이 그럴 때가 있어. 나도 몇 해 전에 아주 혼났어. 그런데 괜찮아지더라구” 그렇습니다. ‘사람이 그럴 때가 있습니다’ 첫아이를 안고 가슴이 터지도록 감격하며 하늘을 향해 감사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 아이 때문에 속이 다 뭉개져서 하나님을 찾는 때도 있습니다.

동편 하늘에서 떠 오르는 해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똑같은 해가 서편 하늘로 지는 것을 보고 소리 없이 눈물 흘리는 때도 있습니다. 소풍을 앞두고 팔딱거리는 심장을 제어할 수 없어서 잠 못 이루던 밤이 있는가 하면, 그 소풍 마치고 허무함에 잠 못드는 밤도 있습니다. 기억은 과거로 있는 현재이고, 기대는 미래로 있는 현재입니다. 현재 나의 삶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의 현재는 과거로부터 이제까지 구성되어져 온 것이고, 또한 나의 현재들이 모여 미래의 나를 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인식하고 살면 ‘사람이 그럴 때가 있다’는 말이 진리입니다.

총리 후보 지명을 놓고 말들이 참 많습니다. 문창극 총리 후보가 말했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라는 말은 사실 교회 안에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신앙인들에게 그 고백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해석’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의 섭리라는 명분 뒤에 숨어서 나라 팔아 먹은 것을 합리화하였습니다. 그걸 식민사관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신앙인들은 하나님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독립운동을 위해 나서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인 자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해석입니다. 물론 나는 문창극 후보의 발언이 하나님의 뜻 뒤에 숨어서 나라 팔아먹은 것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려는 그런 자들의 것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강연 전 체를 보면 사실 그런 의도보다는 매우 신앙적인(?)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많은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문 후보가 국무총리에 지명되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같은 말이라도 조금 더 신중하게 했을 겁니다. 날이 참 덥습니다. 아직 완전히 오지 않은 여름이지만 분명히 찬 바람과 함께 물러가겠지요. 계절이 그런 것처럼, 사람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좋은 여름, 시원한 대한민국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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