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좋은 식당은 우선 친절한 식당이다. 손님이 들어가면 밝게 인사하며 좌석으로 안내해주는 식당이다. 좌석에 앉으면 차림표와 물을 갖다 주고 주문을 받아 가서 맛있는 음식 을 제공하는 그런 곳이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차림표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혹시 외국인과 함께 식당에 가더라도 불편이 없는 그런 식당을 생각해 보지만 우리 식당들은 아직은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본에서 손님이 와서 근처에 있는 쌈밥집으로 갔다. 한국적인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가본 적이 있었던 그 식당으로 간 것이다. 음식을 시키고 식사를 시작하는데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보통 2~3사람이 가면 된장찌개가 하나 나오는데 우리끼리라면 한 된장찌개 그릇에 각자의 숟가락으로 먹어도 되는데, 일본인이 있으니 따로 담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식당 종업원에게 이 된장찌개를 따로 일인분으로 담아 달라고 하니 대뜸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냥 먹으면 되는 것을 가지고 왜 그러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식당에서 지켜야 할 매너는 많다. 이런 매너는 어디서나 통용 되는 것이다. 외국인이 동석했기 때문에 특별히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농경 산업사회에서 성장하고 그 배경이 식사문화에 많이 배어 있다. 한 솥밭을 먹는 것은 아주 특별한 관계를 표현할 때 쓴다. 찌개와 반찬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각 자 숟가락으로 먹고 술 마실 때도 잔을 돌린다. 우리가 해외여 행을 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지에서 한식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음식을 해외에 나가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한식을 먹지 않으면 먹은 것 같지 않아 한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양식, 중국식, 일본식 그리고 한식을 비교해보면 그 음식문화 의 차이가 크다. 다른 나라 음식은 거의 일 일분 일(一人 分) 씩 제공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자 일인분씩 덜어서 먹는다. 외국의 식당에 가보면 그곳에서도 다른 차이점들이 발견된다. 미국의 식당에 가면 우선 좌석을 안내하는 리셉션니스트가 있어서 사람 숫자에 맞는 좌석을 안내해 준다. 그리고 메뉴를 주고 물을 제공하며 주문한 식사를 갖다 준다.

미국의 식당은 서브하는 사람들에게 음식값의 10%를 팁을 받는 제도가 정착 되어 있어서 대체로 친절하다. 일본의 식당에 가면 친절한 것은 최고라 할 수 있다. 식당에 들어가면 곳곳에서 어서오십시요라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세계 각국의 요리도 일본화 시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생선요리, 카레 요리, 불란서 요리, 한국요리 까지 다 먹을 수 있고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고 화기애애한 분위 기 속에서 식사할 수가 있다.

한국 갈비집을 마치 룸살롱처럼 꾸며 방에서 연인과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다. 일본 의 한국식 야끼니꾸(고기구이전문) 식당에서는 고기를 굽는데 연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화로 밑으로 다 빠져나가게 해놓 았기 때문이다. 중국식당은 세계 유명 도시에 많다. 싱가포르, 헤이그, 시드니, 뉴욕, 동경 등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싸고 맛있는 다양한 음식을 일인분씩 즐길 수가 있다. 그렇게 친절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음식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중 중국요리만이 한 주 문에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럴 경우 요리를 덜 어 먹을 수 있도록 작은 접시와 식기를 따로 준다. 양식, 일식, 중국식 요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는 여건을 갖 추고 있다. 덜어먹는 식기를 미리 일인분으로 제공하고 특징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기회가 점점 더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식품은 김치, 파전, 불고기, 갈비, 팥 칼국수 비빔밥들이 그런 류에 속한다.

하지만,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만드는 법을 정량화하여 일인분으로 개발해야 하고 이 렇게 만든 메뉴를 영어와 다른 외국어로 기록하여 표준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반찬도 일인분씩 먹을 수 있는 양을 계량해 표준가격을 정해 놓아야 한다. 외국인들은 이유 없이 공짜로 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먹지 않는 음식에게까지 돈을 지불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각국의 식당문화와 매너를 잘 관찰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즐기기 위한 일정한 패턴이 있다 는 것이다. 식당은 고객을 친절하게 접객하고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고 고객은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에 불과 하다. 그런데 그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식당 경영에 어려움이 생기고 남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

우리나라의 식당에 가보면 아이들이 마치 운동장처럼 뛰어다 니며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의 아이가 귀여우니 다른 사람에 게 피해를 줘도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점심시간을 내어 상대와 앉아 식사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아이들이 옆에 앉아 소리를 만들기 시작하면 보통 난감한게 아니다. 아이 엄마 눈치를 보며 조금 조용하게 해주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는데 그 기도가 잘 듣지 않을 때가 많다. 한 번은 점심시간에 나를 찾아온 지 인과 한 식당에 갔는데, 한 젊은 아주머니 둘이 아기 둘을 데리고 와 옆에 앉는데, 기도를 시작해야 할 분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 아이가 수저로 탁자를 마구 치기 시작하는데 함께 온 엄마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한다고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의 기 도도 효험이 없을 것이므로 포기하고 그냥 식사를 하려는데, 같이 오신 분이 옆 테이블의 엄마들에게 말한다. “저요, 실례지만 아이가 식탁을 치는 것 좀 말려주면 안될까요, 식사를 좀 조용히 하고 싶어서요” 그러니 젊은 엄마가 대뜸 대꾸한다. “당신네 들은 아이를 안 키웁니까? 아이가 좀 그러는 것 가지고 뭘 그렇 게 시끄럽다고 합니까?” 그러자 나와 동행이 그 아이 엄마에게 말한다. “내 아이가 당신에게 무슨 피해를 주었습니까?” 나와 같이 온 분은 나이가 있어 아이들이 벌써 성인이 되어 있을 테니 피해를 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식당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내 아이가 재미있게 수저로 그릇을 치건 탁자를 치건 상관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러 오는 장소이고, 식사를 맛있게 하고 같이 온 사람들 과 즐거움을 나누는 곳이다. 미국, 중국, 일본에 가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잘 장식된 한국 식당, 중국식당, 일본 식당 그리고 양식당들을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 저절로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각 식당은 친절하기 그지없고 고객들이 불편함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갖은 배려를 한다. 이런 식당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음식을 즐기는 것은 좋으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해 1,000만 명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여행을 한다. 그러므로 이런 붐을 타고 한국 식당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는 멋진 식당문화와 매너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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