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과 울산에 사는 계모가 8살 밖에 안되는 전실 딸을 무자비하게 때려 숨지게 한 사건으로, 각기 대구와 울산 지법에서 징역 10년(그 친부에게는 징역 3 년)과 15년의 선고 판결을 받았다. 칠곡의 계모는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는데 시끄럽게 한다고 발로 아이의 배를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5번이나 밟고 입을 가리고 얼굴에 주먹질을 하여 결국 장간막 파열로 죽게 했고, 울산의 계모는 소풍 가고 싶다는 아이를 머 리와 옆구리를 55분간이나 폭행을 하여 늑골이 16개나 골절되어 폐파열로 숨졌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어 그 일가친척과 이웃은 물론, 온 국민이 다 분노하고 법원 판결의 형량이 너무 낮으며,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취급했다는 데서 더욱 항변을 하고 있다. 판결한 판사는 죄는 엄중히 인정하면서도 상해치사의 양형 기준만을 엄격히 적용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물론, 법의 잣대에만 맞추다 보면 결과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의 눈에 비친 잣대로는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번 판결이 바로 그런 것이다. 법관이 판결함에 있어서 너무 개인적인 판단에 치우쳐서도 안되겠지만, 그래도 사건에 따라서는 대다수 국민감정과 정서에 부합하는 판결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판결을 ‘기계적 판결’, ‘자판기 판결’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금처럼 3권 분립이 되지 않았을 옛 왕조시대에도, 현명한 고을 원이 직접 판결한 명판결 이야기가 정사 야사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 소설, 장화 홍련전이나 콩쥐 팥쥐도 계모가 들어와 전실 딸들을 학대하여 죽게 한 이야기로서 결국 고을 원이 그 계모의 학대와 죽게 한 죄를 밝혀내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는 소설들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피붙이 관념이 짙은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특히 내가 낳지 않은 의붓자식에 대한 감정은 기름과 물처럼 늘 따로 돌며, 심한 학대와 음해를 하고 끝내는 죽이기까지 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그런가 하면 친 자식에 대해서는 온갖 비리도 정당화하고 미화해 가며 극진히 위하고 싸고돈다. 한편 후취를 맞은 남편은 후취에 빠져 절대 신임하고 오히려 친자식에 대해서는 무관심 내지 후취의 간언을 믿고 같이 학대하기에 이른다. 이런 경우는 이번 칠곡, 울산의 계모 학대 사건에서도 잘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남의 가정사 문제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관여 한다는 것을 금기시 해 왔다.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거나 가장이 술이 취해 집에만 들어오면 부인을 아이들 보는 앞에서 마구 때리고 험한 욕설을 하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질질 끌어내어 대문 밖으로 내 쫓아도 이웃에서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그뿐인가 어린 아들까지도 마구 때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내쫓기까지 해도 신고조차도 기피하는 게 보통이다.

이런 포악한 가장의 악행을 견디다 못해 가족이 흩어져 이산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텔레비전에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에서 이런 사연으로 이산된 가족을 찾으러 나온  사람들을 본다. 지금껏 우리의 정서로는 남편이 부인을, 부모가 자식들을 폭행하는 것은 그 가정 내 훈육의 문제로 간섭할 일이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었다.

다행히 근래에 와서는 아동보호기관도 생겨서 학교와 함께 아동 학대 사건을 신고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신고를 받아도 경찰이 현장에 나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미약한 상태다. 오는 10월, 국회에서 아동학대법이 통과된다 하니 보다 강력한 법이 시행되기를 바라며 다시는 죄 없는 어린 생명들이 부모의 학대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일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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