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봄의 환희가 시각적으로 다가 왔다.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왔으니 합창의 눈부심은 더하지 않겠는가? 파란 하늘의 흰 구름과 살 랑대는 바람과 누런 덤불 사이로 파아랗게 고개 내민 싹들과 이른 봄꽃들을 보고 설레는 것은 당연 한 일, 모두 사진작가가 되어 이곳 저곳 올려놓은 여린 것들이 아직은 시샘 추위에 바들거린다.

계절 이 수명을 다한 전구처럼 바뀌려 하면 무언가 변화를 주고 새로운 활력소를 찾는 마음은 누구나 같 을 것이다. 길을 지나며 보는 풍경들, 낯익은 오일장은 여전한 듯하지만 통복천 다리가 평생 생의 장터가 되 어버린 그곳 물건들이 이제는 주인과 따뜻한 오일장을 볼 수 있음이 무엇보다 진진하다. 햇빛은 공평해서 좋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조금 어둡더라도 햇 살은 시간 시간 제 몸을 굴려가며 세상의 습한 어느 곳에라도 동그 랗게 굴러가 밝고 화창한 미소로 매만진다.

점심 장사를 준비하는 식당 앞, 오늘 쓸 야채를 다듬는 주인아줌마 손길이 활기차 보이고, 철물점 가게 각종 공구들이 허물어진 곳 들을 조이기 위해 가지런하다. 손님을 기다리는 기사님들 일회용 커피를 들고 모여선 자판기 앞에도 소박한 행운이 술렁인다. 거리의 나무들이 제법 눈을 뜨고 있다. 앙상하다는 것은 모든 젖 줄기를 내어준 어미들처럼 애처로운데 피와 살이 돋는 것처럼 눈물겨움이 보인다.

밤의 별빛보다 달빛보다 한낮의 일광이 생명을 움트게 하는 원천이기에 오늘은 푸른 잎줄기 싱싱히 뻗는 화분 하나 사야겠다. 푸름이 누렇게 산화된 방안, 이 곳이 봄의 서식지가 될지도. 여기 봄과 어울리는 시 한편이 있어 올려본다.

                             나비

                                                /손동연/

                 봄이

                찍어 낸

               우표랍니다                                              

               꽃에게만

               붙이는

              우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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