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최근에 수동변속기 장치가 되어 있는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직장동료들과 회식 자리에서 술을 조금 마신 후 귀가하기 위해 도로가에 주차되어 있던 갑의 차의 운전석에 앉은 다음 차 키를 꽂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핸드브레이크를 내린 다음 변속기를 1단에 넣고 클러치에서 발을 떼면서 액셀레이터를 밟았으나 운전미숙으로 자동차의 시동이 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차를 운전하기 위하여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또다시 시동이 꺼져 버렸습니다. 그때 교통경찰 한 명이 갑의 차의 문을 두드리며 음주측정을 요구하였고,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콜농도 0.056%가 나왔습니다. 경찰에서는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내야 될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도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지요.

<해설>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술을 마시고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도로상에서 ‘운전’을 하는 경우 도로교통법상의 음주운 전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갑은 술을 마시고 0.05% 이상의 주취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것은 분명하나, 자동차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단지 발진을 위한 조작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운전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동차의 시동을 건 때에 자동차의 운전이 시작된다고 보는 견해, 자동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자동차의 운전이라고 보는 견해 등이 있으나 이러한 사례를 정면으로 다루는 우리 대법원의 판례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례에서 우리 판례가 자동차의 ‘운전’의 개념을 설명하여 놓은 것이 있는데 이것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사례의 경우가 ‘운전’에 해당하는지를 어느 정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판례는 내리막길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의 핸드 브레이크를 풀어 자동차를 미끄러지게 한 행위(이른 바 타력주행, 惰力走行)가 도로교통법상의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도로교통법상의 ‘운전’ 이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하고, 자동차의 본래적 기능 및 도로 교통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때, 주차 중의 자동차를 새로 발진시키려고 하는 경우에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단지 엔진을 시동시켰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발진 조작의 완료를 요하며, 또한 그로써 족하다(98다30834 판결)”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경우에 자동차의 발진 조작이 완료 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가 문제 될 수 있을 것인데, 그 것은 자동변속기 장치 자동차인지 수동변속기 장치 자동차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자동변속 기 장치 자동차라면 차의 시동을 걸고 핸드브레이크를 푼 다음 변속기를 주행 단계로 조정하고 브레이크 에서 발을 떼면 그것만으로도 차가 출발을 하기 때문에 이로써 자동차의 발진이 완료된다고 할 것입니다.

반면, 수동변속기 장치 자동차라면 시동을 걸고 핸드브레이크를 푼 다음 변속기를 조정하고 브레이크 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클러치에서 발을 떼면서 액셀레이터를 밟아야 자동차가 발진하는 것이므로 이 과정을 마칠때 비로소 자동차의 발진 조작이 완료된다고 할 것입니다. 이 과정까지 마쳤음에도 운전의 미숙으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진 경우라면 비록 자동차가 전혀 움직인 바 없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를 운전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갑의 경우도 위와 같이 발진 조작을 완료한 이상 도로교통법상의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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