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절기를 앞두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관련해서 성경에는 여러 가지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예수님의 수제자로 불렸던 베드로의 배신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베드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예수님의 최측근이었다. 

그런데 그가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공개적으로 부인하였다. 심지어 만약 자기가 예수를 안다면 하나님께 저주를 받겠다는 맹세까지 해가면서 예수님과의 관련성을 부인하였다.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임이 틀림없었으며 예수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그가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을까?

첫째, 자기 과신이다. 베드로는 자기가 대단한 믿음을 가진 줄 알았다. 모두가 예수를 버린다 해도 자신은 결코 그를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베드로가 힘있게 말하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막 14:30-31). 베드로는 자기 생각과 달리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알아차려야 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 

둘째, 자신을 과신했기에 그는 기도가 절실한 순간에 기도하지 않았다.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막 14:37-38). 예수께서 체포당하시기 직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잠들어버린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이다. 세상과 그 배후에 있는 사단의 무서운 공격 앞에 신자의 승리는 깨어 있어 기도하는 데서 나온다.

셋째, 베드로는 예수님과 멀찍이 떨어졌다. 베드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궁금하여 예수께서 대제사장 집으로 잡혀들어갈 때 멀찍이 따라갔다(막 14:54). ‘멀찍이’라는 말은 거리감을 의미한다. 베드로의 부인을 기록한 마태, 마가, 누가 모두 이 ‘멀찍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때 베드로의 경험이 후에도 가슴 깊이 남아 있었나 보다. 

결국 예수님과 멀찍이 떨어져 있던 베드로는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들 앞에서 생사람 잡지 말라고 극구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였다. “그러나 베드로가 저주하며 맹세하되 나는 너희가 말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막 14:71). 그는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스승을, 신앙의 대상으로서 ‘주’라고 고백했던 예수를 '그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저주하면서까지 그를 도무지 모른다고 부인하였다. 

예수님의 예고하셨던 대로 그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자마자 새벽닭이 울었다. 그제야 베드로는 자신의 실패를 깨닫고 통곡하며 회개했다(마 26:75). 이러한 베드로의 회복 뒤에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기도가 있었다.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 까부르듯 하려고 요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눅 22:31-32).

베드로에게 있어 예수님을 부인한 사건은 평생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유대인의 전설에 의하면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납으로 회복된 이후에도 닭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통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베드로는 그 이후로 예수님을 의지하고 자신을 과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도들에게 정신차리고 깨어 기도해야 할 것을 매우 강조했다(벧전 4:7, 5:8-9). 또한 ‘멀찍이’가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착 ‘달라붙어’ 있으라고 성도들에게 권면했다(행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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