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지혜다. 세상살이에는 흑백논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어떻게 판단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거절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해야 할 때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오해가 있을 때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난감할 때가 있다. 

되돌아보면 우리에게 후회되고 아쉬운 순간들도 많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에 대한 후회,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믿어버린 데 대한 후회, 꼭 붙잡아야 할 사람들을 떠나버린 것에 대한 후회, 잘못된 선택들, 포기해 버린 기회들 등. 이런 모든 일들은 지혜가 없었기 때문에 빚어진 경우가 많다. 

솔로몬 왕은 지혜의 아이콘이라 할만하다. 그는 구약시대 이스라엘 왕 중에 가장 지혜로운 왕이었다. 그의 지혜로움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그가 잠언 삼천 가지를 말하였고 그의 노래는 천다섯 편이며, 그가 또 초목에 대하여 말하되 레바논의 백향목으로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하고, 그가 또 짐승과 새와 기어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대하여 말한지라”(왕상 4:32-33). 

당시 주변 고대 근동의 나라들에서는 그의 지혜를 직접 들어보고, 국정 자문을 받기 위해 사신단을 파견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왔으니 이는 그의 지혜의 소문을 들은 천하 모든 왕들이 보낸 자들이더라”(왕상 4:34). 얼마나 그의 명성이 대단했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솔로몬 왕의 뛰어난 지혜 배후에는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있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때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그는 먼저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하나님께 고백했다. “종은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하고 주께서 택하신 백성 가운데 있나이다. 그들은 큰 백성이라 수효가 많아서 셀 수도 없고 기록할 수도 없사오니,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왕상 3:7-9). 재판한다는 말은 올바른 판결을 의미하고, 이것은 더 넓은 차원에서 왕으로서의 통치행위를 일컫는다. 솔로몬은 왕이라는 큰 직무를 자신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아뢴다. 

솔로몬은 그리고 통치행위를 잘 감당하도록 ‘듣는 마음’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왕상 3:9). 백성들의 제반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할 수 있는 지혜와 판단력을 구한 것이다. ‘듣는 마음’이 ‘지혜로운 통찰력’을 의미한다는 것은 이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에서 알 수 있다.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왕상 3:11-12).

그는 최고 통치자로서 부와 명예나 혹은 강한 군사력이나 막강한 권력을 구하지 않았다. 오직 백성들의 소리를 올바로 듣는 마음을 구했다. 이런 지도자를 둔 국민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성경은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 건강까지 신경쓰는 통치자가 있는 나라의 복을 말했다. “왕은 귀족들의 아들이요 대신들은 취하지 아니하고 기력을 보하려고 정한 때에 먹는 나라여 네게 복이 있도다”(전 10:17). 

바야흐로 봄이다. 입춘도 오래전에 지났고, 이제 경칩도 지났다. 따뜻한 봄날을 예감하면서, 옛 성현들의 말씀인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을 떠올려 본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며,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평화롭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통치자들이 필요할 듯싶다. 과연 지금 통치자들은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이들에게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로운 마음 주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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