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열한 번째 진행한 박물관포럼에서 진용선 아리랑아카이브 대표의 강의를 들었다. 아리랑 아카이브를 위해 지난한 노력을 잠깐의 소개로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아리랑 기록을 찾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독일 등을 찾아다닌 여정이 10년이고 그 과정에 897명을 만나 인터뷰, 영상촬영, 채록 등 기록을 하였다고 한다. 또 앨범 30권 속 사진을 정리·분류하고 메타데이터 작업을 했는데 “내가 아카이브의 힘들고 느린 작업을 머리가 검었으니까 했냈다”고 했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드는지를 말할 때 기록관리 하는 직업인으로 강사의 한마디가 더더욱 공감 가는 시간이었다. 

그는 아카이브의 중요함을 사례를 통해 들려주었다. 1920년대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 영화필름이 우리나라에는 없으며, 빠바바빰 빠바바빰(인트로 음악)으로 시작하는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필름이 880편 중 20여개만 남았다는 사실에서 그때는 기록의 중요성을 몰랐었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반성, 성찰을 통해 지금은 전국에서 수집하고 기록하고 남기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의 유물을 찾기 위한 평택박물관의 활약을 기대하며 덧붙여 평택박물관의 기록화(아카이빙)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진용선 강사는 박물관 활동을 수집과 아카이브 구축, 활용으로 나누어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유물 구매를 하기 위한 경로, 유물평가위원 활동의 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통해 긍정적인 기증 수집의 생태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하는 전시와 활용에 대한 색감, 구조물의 배치 등 경험과 사례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박물관팀이 여러 차례 유물을 수집하고 평가작업, 자료입력을 진행하는 등 많은 작업이 있기에 평택지역의 유물이 수장고에 차근차근 채워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평택박물관을 통해 평택의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많은 유물이 모여지고 평택사람들의 역사와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밀접한 삶의 공간이 될 거라 희망을 품어본다. 

진용선 강사는 박물관의 역할 중 “모으고, 분류하고, 기술(記述)하기”하는 기록화(아카이빙) 작업의 필요성을 빼놓지 않았다. 다양한 콘텐츠 활용을 위해서는 물밑에서 꼼꼼하게 아카이빙을 함으로써 유물로서의 적합성, 신뢰성, 연계성, 활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보유한 유물의 목록작성과 유물의 설명(메타데이터) 작업은 품과 시간이 많이 들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일이다.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리가 되지 않으면 수장고에 전시유물이 있는지 모르고 다른 지역에서 빌려 전시하는 예도 있을 수 있고, 유물을 잘못 기술하여 가품이 진품처럼 활용되는 때도 있어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은 수집한 유물을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게 아카이브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강의 내용 중 가장 와 닿은 부분은 박물관아카이브구축이 탄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이다. 살아 숨 쉬는 평택박물관이 시민의 삶 속에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필자가 늘 머릿속으로 되뇌는 문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카이브 작업이 얼마나 느린 작업인지, 아카이브에서 손과 머리의 느린 움직임이

얼마나 창조적일 수 있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카이브 취향 중에서_아를레트 파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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