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 목사
김학인 목사

당연한 내일은 없다

오늘 안녕한 것은 당연하지 않다. 어제 별일 없었고 안녕했으니까 오늘도 당연히 안녕할거고 내일도 안녕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참 용감하다. 

해마다 보험공단에서는 국민들에게 건강검진의 기회를 준다. 작년에 아무 문제없었으니 올해도 무사할 것이 보장된다면 해마다 반복해서 건강검진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매해 건강 검진하라는 연락이 연초부터 왔었다. 

그런데 정작 검진을 받는 때는 연말이 닥쳐와서이다. 마치 방학을 맞은 아이가 방학 막바지에 가서야 바빠지는 것같다. 무엇을 마쳐야 할 때가 곧 들이닥친다.

한 기독교 의료인의 죽음

오랫동안 인도주의적인 의술을 펼쳐오던 65세 박상은 안양 샘병원 미션원장이 지난 주 베트남 의료선교 중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불과 몇 시간 전 어느 교회당에서 힘 있게 찬양하던 그의 마지막 영상이 너무도 또렷한데.

왜 나는 오늘 살아있고 그는 이 세상에 없는지 이유를 모른다. 오직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답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니 인생이 내것같고, 내가 호흡하고 있으니 생명이 나의 것이라고 의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인생의 마지막은 언젠가는 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분명 아니라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그것을 장담할 이가 누가 있을까?

초겨울 풍경

신문사 직원 워크샵이 있어서 강원도로 향했다. 분명 얼마 전 만산홍엽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던 산의 나무들이었다. 그런데 운전을 하며 지나가는 고속도로 양 옆으로 병풍처럼 둘러선 산들에는 어느 순간 잎들을 다 떨구어낸 앙상한 갈색의 나뭇가지의 행렬만이 계속되었다.  

아, 이제는 늦가을이 아니라 초겨울에 들어섰구나! 겨울은 마치 인생의 종말을 맞이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 정지되어 버린 것 같고, 죽어버린 것 같은 그런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겨울

갑자기 사도 바울의 말이 떠올랐다.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딤후 4:21). 이것은 사도 바울이 아들처럼 여기는 동역자 디모데에게 한 말이다. 

사도 바울은 평생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다가 결국 외로이 로마 감옥에 갇혔다. 이제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나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하면서 그동안 알아왔던 사람들을 주마등처럼 기억해 낸다. 

그리고 평소에 아들처럼 여기며 아꼈던 동역자 디모데가 자신의 생이 끝나기 전에 방문해 주기를 바라며 한 말이다.  그는 분명 계절상 겨울 전에 와 줄 것을 요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더 늦기 전에,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와달라는 바램을 거기서 읽는다. 

오늘이 소중한 이유

인생의 겨울은 온다. 심지어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나 빨리 오기도 한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는데, 세상을 떠나는 나이를 불문한다. 우리는 내일 일을 모른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사람들은 애써 모른 척 외면하려 한다.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에게 허락된 ‘오늘’이 참 소중함을 잊지 말일이다. 

갑작스런 추위에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어놓았던 일들을 부랴부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날 따뜻할 때 미리 해놨으면 추위에 고생을 덜 했을 텐데, 게으름을 탓하며 고생을 해야 한다. 

인생의 겨울이 닥치기 전에 해결하거나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더 미루어 두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곰곰이 생각해 보며 추운 겨울 앞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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