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발주한 공공 아파트 철근 누락으로 촉발된 전관(前官, 이전에 그 벼슬에 있던 관원) 업체들과의 유착 문제가 연일 떠들썩하다.

LH 측에서 시공과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관들이 속해 있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유형을 흔히 전관예우(前官禮遇)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본래의 전관예우의 뜻이, 과거의 직책이나 지위에 따른 예우를 받는 것인 것과는 다르게 현재에 이르러서는 관에 있는 후배가 퇴직한 선배가 속해 있는 업체를 위해 묻고 따지지도 않고 계약을 체결해주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

·관에서 일종의 카르텔(담합)이 형성된 것인데, 관에 있는 후배들은 자신들이 퇴직하는 경우, 또 다른 후배들이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관례가 된 셈이다.

이 같은 전관 유착은 비단, LH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공공기관에서 임원급으로 퇴직한 사람이, 자신이 관에 속해 있을 때 관리하던 민간 업체에, 퇴직 후 높은 임금과 대가를 약속받고 이적하는 것이다.

이후 자신 밑에 있던 후배들을 이용해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일감을 해당 업체에 몰아주는 식으로 전관 혜택을 받는다. 오랫 동안 척결되지 않은 일종의 관례로 깊게 자리 잡은 셈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LH의 전관 유착 비리 또한, 오늘내일 일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실제로 20216월부터 LH는 혁신안을 통해 퇴직자의 전 사옥 출입 제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이 같은 전관 유착이 벌어졌다.

LH 전관들이 월 8회가 넘도록 사옥을 찾아 후배들과 직접 만났다는 정황도 일부분 밝혀졌다. 발주하는 곳과 발주받으려 하는 곳. ,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접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관 유착 비리는 평택시와 안성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자체의 보조금과 출연금으로 설립된 기관에서도 왕왕 비슷한 전관 유착이 발생하고 있는 전례도 있다.

평택시는 현재 전관 유착을 방지할 만한 내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법률로 마련된 이해충돌방지법등만 고수하고 있는 것인데, LH에서도 같은 법률을 통해 전관 유착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전관 유착 비리가 발생한 만큼,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자체 규정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래 전관예우는 국가의 녹을 먹고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이다. 재임 시절의 고마움을 담아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현재의 전관예우가 전관 유착으로 전락한 만큼, 모든 공공기관에서는 이번 LH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가 아닌, 진정 시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기회에 숨겨져 있던 전관 유착의 끈을 잘라내야 한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