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 목사
김학인 목사

 

요즘 날씨가 낯설다. 우리가 그동안 가져왔던 자연의 질서에 대한 예상 범위를 점점 넘어가는 느낌이다. “시골이고 도시고 안전한 곳이 없다.” 이번 우리나라의 폭우 피해에 대한 방송을 보면서 가족들이 한 말이다. 시골은 시골대로 산사태나 둑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하는 등 여러 가지 사고로 심한 생채기를 남겼다. 도시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둑과 제방이 무너지거나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곳곳의 도로나 철로가 유실되어 자동차가 못 다니고, 기차가 못 다닌다. 제방이 무너져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곳도 있고, 산사태로 멀쩡하던 집이 토사에 묻히기도 했다. 더 이상 큰 피해 없고, 빠른 복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재난 방송에서는 위험지역을 가지 말라고 한다. 옹벽 근처에 가지 말고, 둑과 제방 근처에도 가지 말란다. 지하차도나 지하 주차장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조심할 것도, 피할 것도 많다. 산사태의 징후가 어떠한지도 유심히 보아야 하고, 다리나 도로에 물이 찰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이번 수해에 대한 보도를 보면 ‘사상 최대’, ‘초유’, ‘극강’ 등 최상급 표현이 많아 사용되었다. 그만큼 이번 수해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래서 대비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기상청이 수백억 원을 들여 기상계측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그러나 아무리 최첨단 예측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해도 급변하는 기상변화를 다 예측하기 어렵다. 해마다 점점 변화무쌍해진 날씨가 예전의 규칙을 벗어나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자연재해는 점점 강도를 더해갈 것 같은데, 예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기상 이변들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문제다.

서울대학교 생활 과학 연구소가 작년 말 발간했던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이 ‘평균 실종’이었다. 이것은 한국인의 소비 경향이 ‘중간’은 사라지고 양극화, 개별화, 다양화의 특성이 더 분명해진다는 것이고, 지금까지의 어떤 평균적인 전형성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평균 실종의 시대를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측하기가 어려운, 어떤 평균적인 전형성이 사라지는 시대 같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성의 일상화’로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본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1년 사이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는 우리가 이 급변하는 자연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를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 물론 이번 우리나라를 강타한 수해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충분히 대비와 사전조처를 미흡하게 한 인재의 측면이 있다. 이것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동시에 예전에는 드물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화되고, 점점 변형되어 우리 앞에 닥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인간의 지식의 총화인 반도체 기술이나 첨단의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등이 결코 우리 미래를 안심하게 하지 못한다. 무자비한 것같은 자연재해나 환경 오염에 따른 환경 대재앙, 각종 전염병의 대유행은 사실 인간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환경의 보존과 개발 사이의 갈등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온 주제였는데, 이제 우려했던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우리로서는 재난이고 재앙이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대한 피조물의 탄식이 아닐까? “(롬 8:22)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청지기로서 인간은 이 세상을 잘 보존하는 가운데 문명을 발전시켜야 하는 사명을 가졌다. 지금 우리는 문명인으로서의 지나친 자만을 버리고 겸손을 배워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자연과의 공존과 조화를 생각해야 할 때다. 자연의 신음소리를 듣고 마음껏 누림이 아닌 절제를 배워야 한다. 자연의 복원력을 살려내서, 그동안 친숙했던 환경이 더 낯섦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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