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찬 작가
권혁찬 작가

대한민국 10승지라 함은 살기 좋고 풍요하며 유복하고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10곳의 명승지를 말한다.

조선시대 예언서로 불리는 정감록 이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서는 당시 사회적 혼란이나 정변이 일어나도 몸을 피하고 안위를 유지하며 살기 좋고 풍요하며 유복한 곳 10곳을 지적하여 예시 하였다. 그중 한곳이 영월 정 동쪽 상류 이다.

옛날 옛적에는 난리를 피해 종적을 감출만한 곳이라 칭하고 있는 곳으로 동강 상류를 의미한다. 현재는 래프팅의 출발지로 유명한 명소가 되어 있는 곳 이다.

문산리 강변 래프팅 출발점에서 보트에 몸을 싣고 어라연 뼝창을 구비 돌아 섭세 종착점에 내려 가볍게 샤워를 하고, 고씨굴 관광지에 이르러 유명한 칡 국수로 점심을 달랬다.

이곳 영월은 석회암 지대로 많은 동굴들이 있고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곳도 여러 곳 있다. 그중 개발되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고씨굴이다. 그 길을 따라 계속 진행을 하면 방랑시인 김병연이 기거 했다는 김삿갓 유적지가 있다. 자신의 외조부 김익순을 역적으로 탄 한다는 시를 지어 장원 급제를 하였으나 이후 모친 으로부터 그 분이 외조부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하늘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어 평생을 갓을 쓰고 방랑하며 살다가 이곳에 머물다 죽었다는 전설과 함께 초연한 그의 무덤엔 “시선 난고 김병연 지 묘” 란 단촐한 비문만 새겨 져 있다.

그 외에도 이곳 영월은 청령포에 유배되어 비운의 생을 마친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애사가 어린 곳이기도 하다.

나룻배를 타고 들어선 청령포엔 오랜 노송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듯 도열해 있고 단종이 거처 했다는 어가가 재현 되어 있다.

다시 배를 타고 나오자 강 건너편에서 청령포를 바라보며 울먹이고 서 있는 비문을 볼수 있었다. 바로 왕방연의 시비 이다. 단종에게 사약을 전달한 당시 포도대장 왕방연이 애잔함에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강가에 앉아 청령포를 바라보며 애통의 시를 지었다는 곳이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맘 둘 곳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 놓다” 로 귀결되는 왕방연의 시에서 어린 단종을 멀리 보내는 당사자의 비통함을 여지없이 표현하고 있다. 왕방연의 유명한 시조 이지만 이곳 영월 에서는 단종의 애환을 먼저 생각하며 매년 단종 문화제를 성대히 거행 한다. 그리고 역시나 왕방연의 시비는 지금도 청령포를 바라보며 강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 선돌, 별마로 천문대, 요선암, 모운동, 한반도 지형 등 이곳저곳 둘러 볼 곳이 많은 10승지 영월에서 삼척까지 고속도로가 완공 되면 다시 한 번 평택에서 출발하여 38기행의 진수를 마무리 하고 싶다.

가로 질러 오면서 지나온 역사를 거슬러 더듬어 보는 지역마다의 애환과 정서가 종횡으로 교차하는 매우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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