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때 인지라 향기보다 색채가 짙은 풍광의 시간들이 아침을 열면 새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고 새록새록 돋아 오르는 봄나물들의 기지개소리에도 잠을 설치곤 한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없는 바람의 속도로 다가오는 훈훈함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면 왠지 노랗고 빨간 색깔을 연상하게 되고 파릇한 새싹이 하늘을 찌르듯 들고 일어서는 대지에서 광야의 진동을 감지하기도 한다.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순간들이 벌써부터 아련하게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형상을 연출한 봄의 순간들 이었다는 것을 어젯밤에 꿈처럼 깨달았다.

향기로 차린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서 지난 겨울동안 견뎌냈던 인고의 시간들을 위한 예우를 생각하고 있다.

된장국 속 깊은 냉이 향으로 가슴을 데우고 푸른 미역 향기로 마음을 채우고 나면 완연한 봄의 기운이 찾아들 것 같은 훈훈한 상상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리라 생각 해 본다.

다시 찾아오리란 약속은 없었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원칙에 고개 숙여 감사하며 봄나물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서 잠시 상념에 젖어본다.

혀끝에 와 닿는 짜릿함의 순간이 아직은 덜 익은 초봄의 풋 내란 것을 인지하면서 푸르른 상상으로 미각을 자극 하듯 밥 한술을 크게 떠서들고 모두에 감사함을 떠올리면서 한입 베어 물어 본다.

이 봄맛을 위하여 그 긴 인고의 시절을 땅속 짝 달라붙은 얼음벌판 속에서도 파란 봄을 연상하고 있었을 미려한 봄나물들의 내력을 숭상하듯 음미한다.

얼음에 비친 겨울 태양의 온기가 매력적 이어서 그럴까 해동의 과정을 앞당겨 열풍의 시간으로 끌어 들이는 자연의 능력이 새삼스럽게 위대하게 느껴지는 때 이다.

온갖 산해진미도 제 각각의 특성으로 맛과 향기의 매력을 뽐내고 있지만 이 순간 입안에 흩어지는 봄나물의 향기 만 할까 비교 해 가면서 깊은 입맛을 한번 다셔 본다. 

그래봐야 겨우 때 이른 봄 냉이 몇 뿌리에 고들빼기 몇 뿌리 섣불리 삐져나온 달래 서너 뿌리와 더덕무침 한 접시가 전부인 소박한 밥상을 앞에 놓고 감탄하는 이유는 지루하고 길었던 겨울로 부터의 해방 이라는 이유 때문 일 것 이다.

그리고 유난히도 길고 암울했던 빙하기보다도 더 침울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부터의 완전한 해방이 선언되었기  때문이다.

시대적으로 몇몇 전염병들이 우리들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우린 굳건히 이겨내고 오늘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길고 오랜 시간동안 우리를 속박 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때문에 코로나로부터 탈출과 함께 맞이한 봄나물 밥상의 의미가 너무나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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