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화창해진 봄 들판을 차창을 열고 달려 보았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아직은 큰 편이어서 두툼한 차림으로 차를 몰아 자그마한 동산 모퉁이를 돌아 넓은 들을 지나쳐 가볍게 비탈진 밭들을 바라보며 봄 냄새를 맡았다.

아직 이른 감이 있어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무작정 나가 보기로 한 들녘엔 언제부터인가 겨울동안 곰삭았던 거름들이 요소요소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미 밭을 갈아놓고 그 위에 거름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좀 느긋한 농부의 손길들은 지난해 거두고 남은 흔적들을 정리하며 겨우내 밭이랑을 덮고 있던  비닐피복들을 걷어내 밭가에 걸쳐놓고 잠시 땀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아득히 먼 곳에서는 제법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갑자기 올라간 기온을 타고 그야말로 봄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농촌의 향기가 솔솔 차 안으로 흘러들었다.

순간 앗 봄이로구나! 봄이 왔구나!

봄 향기가 옷깃 속으로 스미는걸 보니 이제부터 온갖 봄내음이 내 몸에 스며  들겠구나 생각하며 그리 싫지 않은 듯 창문을 내려 봄 향기도 맞아들이며 벌판에 마음을 맡겨 두고 달려 보았다.

머지않아 개나리 진달래가 고개를 들 터이고 숨어있던 봄나물들도 향기를 내며 돋아 오를 것이다. 

노란 향, 붉은 향, 달고 씁쓰름한 향과 더불어 온갖 봄의 향연이 전개되면 이제보다는 차원 높은 봄내음이 온 천지를 뒤 덮을 것이다.

지루하고 길었던 겨울동안 난방비와 건강 걱정으로 조바심하던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 줄 봄의 소식은 참으로 심오한 의미를 안고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이다.

특히나 우리의 일상마저 앗아갔던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봄 이다보니 그 봄내음은 참으로 달콤하리라 기대가 된다.

오늘 얼핏 맡아 본 덜 삭은 두엄 냄새 보다 더욱 향기롭고 시원한 봄내음을 연상 해 본다.

사람과 들판이 봄 향기로 하나가 되듯이 이제는 이웃과 이웃, 친구와 친구, 그리고 소원했던 가족 간의 화목도 봄내음처럼 함께 피어오르기를 빌어 본다.

우리사이를 갈라놓았던 마스크를 벗고 동료와 동창생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어가며 산들산들 불어올 봄바람처럼 화사한 날들을 기대 해 본다.

화려한 봄 향기보다 더 그윽하고 꽃들의 화려함 보다 더 화사하게 사람관계에도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애원 하면서 가슴을 내밀어 큰 숨을 마셔 본다.

봄내음 꽃향기처럼 흘러 들 사람 내음이 진동하는 새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잊어버렸던 꽃놀이 들놀이 봄놀이에 세상이 떠들썩하도록 푸짐한 봄이 찾아 왔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겨울 옷 한 겹을 벗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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