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에서 몇 명의 유명한 상인들이 있다. 범려는 월나라의 재상으로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이후 은퇴하여 장사로 성공하여 상인들의 성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전국 시기 말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였으니 바로 여불위(呂不韋)였다. 

여불위는 기원전 292년에 태어나 235년에 죽었는데 원래 위나라 사람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하였다. 그의 장사 수단은 값싸게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파는 가장 기본적인 장사와 유통업에 종사한 인물이었다. 

당시 진나라에서는 소왕 40년에 태자가 병사하고 차남인 안국군이 태자가 되었다. 안국군에게는 아들이 20명이나 있었으나 정부인이었던 화양부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 아들들 중에 자초(子初)가 있었으나 그의 어머니였던 하희는 안국군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볼모로 조나라에 보내졌다. 

자초의 입지가 워낙 약했고 왕의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진나라는 자주 조나라를 공격하였다. 이로 인해 조나라 역시 자초가 비록 진나라 왕의 손자였으나 많은 첩들의 자식 중 하나였으므로 그를 냉담하게 대해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여불위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장사를 하러 왔을 때 자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장사의 귀재였던 여불위는 자초를 한번 만나 보기로 하고 그를 찾아갔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 그에게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초가 어떤 투자보다 값진 보물이라고 생각하고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초에게 당신을 출세시키는 것이 자신도 함께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자주 그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여불위는 자초에게 진나라 왕은 이제 나이가 많고 당신의 아버지는 안국군인데 언젠가는 왕위에 오르게 될 것이고 이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국군의 본 부인인 화양부인이 비록 아들은 없으나 태자를 정하는 일에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자초는 수많은 형제 중에 하나일 뿐이고 또 외국에 오랫동안 나가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 뻔한 이치였다. 

그 말을 들은 자초는 여불위 옆에 바짝 다가가 그럼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라고 반문하였다. 여불위는 당신은 볼모로 타국 땅에 잡혀있고 경제적인 능력도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대신 자신이 전 재산을 걸고 진나라로 가서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설득하여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자초는 여불위에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진나라의 반을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여불위는 자신의 재산 중에서 반을 자초에게 주고 나머지 반을 가지고 보물들을 구입하여 진나라로 향했다. 

여불위는 우선 화양부인의 언니를 만나 보물들을 주면서 그녀의 환심을 샀다. 그리고 그 언니에게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는 자초가 항상 화양부인을 그리워하고 존경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화양부인의 언니가 기뻐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양부인에게 꼭 전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또 진귀한 선물을 주었다. 

또 덧붙여 여자란 남자의 사랑을 지금은 받지만 언젠가는 그 사랑이 식을 수 있고 또 자식이 없으니 효도를 다할 자식을 구해 양자를 삼아야 하는데 자초만한 인물도 없다고 얘기해주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화양부인은 자신의 남편인 안국군을 찾아가 자초가 총명하고 효심이 지극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이 지금은 비록 사랑을 받고 있으나 아들이 없으니 자초를 후계자로 삼아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말을 들은 안국군은 화양부인의 청을 들어주겠다고 하였고 자초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여불위에게 자초를 돌봐주기를 부탁했다. 이제 여불위의 ‘고위험 고수익’의 사람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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