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나라 태자의 간곡한 청을 받은 형가는 진나라 왕을 시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진나라에서는 도망친 번어기 장군의 목에 황금 천근과 1만호의 읍을 주겠다고 현상금을 걸고 있었다. 형가는 태자에게 자신이 진나라의 왕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바로 번어기를 이용하자고 건의했다. 

  형가는 만약 연나라가 진나라 왕에게 번어기의 목과 연나라 땅 일부를 주겠다고 하면 틀림없이 자신을 신뢰하고 만날 것이고 그렇게 하면 태자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태자는 번어기를 자신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태자의 마음을 읽은 형가는 번어기 장군을 몰래가서 만났다. 그는 번어기에게 당신의 부모도 이미 모두 죽었고 당신의 목에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려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번어기는 탄식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형가에게 반문하였다. 

  형가는 연나라의 화근을 제거하고 원수를 갚는 길은 장군의 목을 진나라에 바치고 대신 자신이 진나라 왕을 찔러 죽이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번어기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을 하였다. 이 사실을 안 태자는 번어기의 시체를 끌어안고 한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번어기는 죽은 목숨이었다. 

 번어기의 목을 나무 상자에 넣은 후, 이제는 진나라 왕을 찔러 죽일 비수가 필요했다.

태자는 조나라에서 유명한 비수를 발견하고 구입하였고 형가는 진나라를 향해 떠날 준비를 하였다. 

  형가가 연나라 태자와 작별 인사를 하자 그를 보내는 사람들이 흰옷을 입고 전송했다. 그의 친구인 고점리가 악기를 연주했다. 형가는 비장한 마음으로 떠나면서 “바람은 스산하고 역수는 차갑구나. 이제 한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노래를 불렀다. 스스로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진나라에 도착한 형가는 진나라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진나라 왕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관리는 진나라 왕에게 연나라가 진나라에 충성하고 번어기의 목과 연나라의 땅을 가지고 왔다고 보고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진나라 왕은 기뻐하면서 연나라 사자로 온 형가를 함양궁으로 불러들였다. 

  형가는 번어기의 목이 들어있는 목관을 들었고 함께 간 진무양은 지도가 든 상자를 들고 뒤를 따랐다. 진나라 왕은 일단 자신에게 바치기 위해 가져온 연나라 땅의 지도를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형가가 지도를 펼치자 그 안에서 비수가 나왔다. 형가는 왼손으로 진나라 왕의 소매를 쥐어 잡고 오른손으로 비수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진나라 왕은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면서 일어났다, 소매가 찢어졌고 왕은 칼을 뽑으려고 하였으나 칼이 길어서 안뽑혔고 형가는 다시 진나라 왕을 찌르려고 덤벼들었다. 

 진나라 왕은 항상 암살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아무도 무기를 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신하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때 왕의 어의였던 하무차가 자신이 들고 있는 약주머니를 형가에게 집어 던졌고 이 기회를 틈타 진나라 왕은 칼을 빼어 형가를 베었다. 형가는 쓰러지면서 진나라 왕에게 비수를 던졌으나 역시 빗나가고 기둥에 꽂혔다. 

  진나라 왕은 다시 수차례에 걸쳐 형가를 찔렀고 신하들이 형가의 목숨을 끊었다. 그제서야 진나라 왕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형가의 죽음을 확인 한 후 진나라 왕은 신하들에게 상을 내렸고 특히 약주머니를 던진 하무차에게는 칭찬과 함께 황금 2백냥을 하사하였다. 

  형가의 실패는 연나라의 멸망을 재촉했고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진나라 왕은 훗날 전국의 6개 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 역사 최초의 통일제국을 이루고 스스로 시황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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