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회는 성탄절을 앞두고 4주간의 대림절(待臨節, Advent) 기간을 보내고 있다.

‘예수님의 성탄과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로 ‘대강절, 강림절, 초강절’로도 불린다.

이번 주는 대림절 세 번째 주간인 셈이다.

교회력은 대림절로 시작하기 때문에,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도 있다.

성탄절하면 연상되는 여러 단어들이 있다. 아기 예수, 마리아와 요셉, 마구간, 들판의 목자들. 그리고 동방박사들 등이다.

동방박사들은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마다하지 않고 여행 온 사람들이다(마 2:1-12).

가끔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아기 예수께 경배하기 위해 찾아온 동방박사의 수이다.

보통 동방박사가 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성경은 동방박사가 몇 사람이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그들이 준비한 예물이 세 가지였을 뿐이다(마 2;11). ‘박사들’이라고 복수형을 썼으니 적어도 두 명 이상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또 한 가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시점이다. 아기 예수님의 출생 직후가 아니었다.

들판을 지키던 목자들은 아기 예수님의 출생 직후 마구간에 누이신 것을 찾아뵈었지만, 동방박사들이 온 것은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동방박사들은 마구간으로 온 것이 아니라 ‘집’으로 찾아왔다(마 2:11).

그리고 헤롯왕은 아기 예수님을 없애기 위해 그 지역의 유아들을 전부 학살하라고 명령을 내리는데, 박사들로부터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으로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기준으로 삼았다(마 2:16).

이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동방박사들의 예방은 짧게는 며칠 후부터, 길게는 몇 달의 시간차를 두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 경배한 것이다. 

그러면 과연 동방의 박사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동방박사란 말 그대로 동방에서 온 박사다.

그 동방이 어디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페르시아제국 문화권의 영향 아래 있었던 어떤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박사’란 헬라어 원문에는 마고스(μάγος, magos)이다. 점성가, 마술가, 무당 등을 의미한다.

이 단어에서 마술을 뜻하는 영어단어 ‘magic’이 생겨났다. 고대 근동에서 박사는 정치권력과 결탁해서 큰 영향력을 끼치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왕이 꾼 꿈을 해석하고, 대부분 귀신의 힘을 빌어 점을 치거나 특별히 하늘의 징조나 별들의 운행 등 천체운행에 대한 점성술을 통해 사람과 역사의 운명을 점쳤다.

때로 짐승의 뼈나 거북이 등껍질 같은 것을 이용해서 점을 치고 특별한 이적을 행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무당이나 점쟁이들과 유사한 면도 있지만, 그들은 당시 세상의 모든 학문을 섭렵하고 국가 대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두뇌집단, 지식인들이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의 여러 학술적인 이론들과 사술을 빌어서 세계를 바라보고 설명하고 역사를 해석하고 삶의 지침을 얻었던 것이다.

이러한 고대 근동의 박사들 가운데 성경에 잘 알려진 인물이 바로 다니엘이다.

바벨론제국의 느브갓네살 왕은 다니엘을 이렇게 불렀다. 

박수장 벨드사살(다니엘)아 네 안에는 거룩한 신들의 영이 있은즉 어떤 은밀한 것이라도 네게는 어려울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아노니 내 꿈에 본 환상의 해석을 내게 말하라”(단 4:9). 

그러나 다니엘은 이방의 다른 박사들과 달리 하나님의 영의 감동을 받아 하나님의 계시를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앞으로 나타날 메시아의 출현에 대해서도 예언한 바 있다.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동방박사들은 비록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이었지만, 그들은 오래전 이 다니엘의 전통을 이어받아 성경 계시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이한 별의 출현을 보고 그들은 ‘유대인의 왕’으로 예언된 인물이 나신다는 것을 알고 찾아왔기 때문이다(마 2:1-2). 

그들은 성경 계시의 작은 단편을 접했음에도 그 이해를 따라 마음을 다해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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