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켜둔 수면 유도 음악을 끄고 보니 날이 살짝 밝았다. 절대 끝까지 못 듣는, 5분 안에 마취시켜주는, 듣자마자 떡실신, 수면 빗소리 등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다 그래도 말똥거리면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며 어렵사리 가수면에 든다. 잠들고 싶은데 깊은 숙면을 할 수 없는 갱년기 증상의 하나가 불면증이다. 벌써 몇 년째 잠들지 못하고, 발열로 땀에 범벅이 되어 여름나기가 괴롭다. 

갱년기는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넘어가는 시기’라 한다. 그로 인해 동반되는 여러 가지 증상으로 삶의 패턴이 무너지면서 삶의 질도 떨어지는 반갑지 않은 친구라 할 수 있다.

요즘은 나이와 무관하게 조기 폐경이 오거나 갱년기를 일찍 맞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레 경험담과 그것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갱년기 쉽게 넘어가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갱년기 극복 중 운동요법이 있다. 개인차가 있어 굴곡이 심한 산을 타는 일은 무릎 관절에 좋지 않아 폼롤러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이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누워서 일자로 흔들림 없이 다리를 쭉 뻗거나 다양한 자세로 근육을 풀어주는데 효과가 있음을 느끼니 내게 딱 맞는 운동 같다. 

주변에 갱년기를 심하게 앓아 무기력한 사람을 보기도 한다. 그 무엇도 재미있거나 흥미가 없으며 우울하고 불안해 미치겠다고 고통을 토로하는데, 물론 불면증도 심해 밤낮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무력화된 의지가 마음에 걸린다. 신체와 정신의 변화에 곤혹스럽고 마음 또한 심란하겠지만 자연적 현상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스스로 솔루션을 찾아나서야 한다.

칠십대 중반임에도 일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난한 살림에 평생 아이들 키우느라 노동과 한시도 떨어져 본적 없다는 그녀에게서 여자의 일생을 엿본다. 할머니인 그녀에게 갱년기를 물어보았더니 “갱년기가 뭐여?” 하시기에 요즘 겪는 증상들을 얘기해 드리니 “아이고, 그럴 새가 어디 있어. 잠이 모자라 앉아서도 조는 판인데.” 노랫말 그대로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살아온 옛 여인들 삶이 늙은 눈망울에 그득 고인듯하다. 

일찍 눈을 뜨니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굵은 빗소리를 들으며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발끝을 오므렸다 펴기를 반복하며 소위 말하는 우주의 자연적 기를 넣으니가볍게 시작하는 아침이 충만해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했으니 싸움을 걸지도 말고 받지도 말며 그와의 동행 다정해지자. 갱년기는 다시 오는 생의 전환점 얼마든지 꿈을 심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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