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6월의 폭염이 기승이다. 흔히들 무더운 여름 날씨를 일러 삼복더위라 한다.

찌는 듯 한 갈증과 작렬하는 태양의 맹위는 삼복중에 비로소 그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려 삼라만상을 번뇌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복중의 큰형인 말복이 지나면 맹렬한 더위도 물러간다는 희망과 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지금껏 굳건히 이겨내고 견뎌 온 것 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직 초복 전인데도 복중의 날씨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6월 열대야가 기록되었고 우리나라 전역이 붉은 폭염으로 뒤 덥힌 일기예보가 빈번히 보도 되고 있다.

연휴엔 해수욕장이 때 잃은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고 무더위 속 휴가를 앞당겨 혹서기의 성황처럼 계곡이나 물가를 찾고 있다.

낮부터 작동중인 에어컨을 밤이 돼도 끄지 못한 채 잠을 청하는 일이 빈번해 졌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탓이라 한다. 그렇다면 어쩌잔 말인가.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때를 놓친 무더위의 습격을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환경적 변화에 의한 이상기후의 원인이 우리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에서 기인되었다는 것은 세상 인류가 다 알고 있는 사정이다.

무한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전력을 다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하다.

유구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늘어난 산업의 부산물임을 부인 할 수 없지만 우리가 힘으로 이겨내기 이전에 슬기롭게 더위를 이겨내면서 꾸준한 자연회기의 노력에 전력해야 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삼복의 복은 한자로 엎드릴 복(伏)자를 쓴다. 

즉 사람이 개처럼 엎드린다는 의미이다.

인류를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개가 주인에게 충성의 표시로 굴복을 하듯이 우리 인류도 자연 앞에 순수하게 굴복하면서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의 복종으로 인식 한다면 얼마든지 이 맹렬한 더위쯤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산업화 이전에도 삼복더위는 존재하고 있었기에 선현들의 지혜가 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음양오행의 기운 중 화(火)에 해당하는 여름의 무더위에 금(金)의 기운에 해당하는 가을기운이 굴복하였다는 의미로 삼복의 복자는 엎드릴 복자를 사용하고 있다.

때가 되면 더위는 사라지고 비로소 가을의 기운이 왕성해 질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가을의 지혜인 것이다.

굴복은 곧 승복이라는 지혜를 거울삼아 밀려드는 무더위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서 때를 기다리며 가을처럼 풍요한 내일을 기대하면은 참 좋을 듯한 여름밤이다.

자연과 더위와 지혜에 복종하는 슬기로운 오늘로 내일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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