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은 기좌리교회 창립 40주년 기념 주일이었다. 4, 혹은 40이란 숫자는 성경에서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성경에 40은 한 인물이나 민족이 뜻을 이루기 위해 고난과 시험을 받고 연단을 받아 성장하는 기간으로 자주 등장한다. 

모세는 40세의 나이에 이집트 왕궁을 탈출하여, 40년 동안 광야에서 연단 받았다. 그리고 80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켰다. 이후 40년의 이스라엘 광야생활 동안 이스라엘을 인도하였다.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은 40일 동안 가나안을 탐지하였고, 이들의 보고를 받은 이스라엘백성의 불신앙적 반응으로, 광야생활 40년 기간 동안 하나님의 시험과 연단을 받았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신 8:2). 

40은 마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현재 상황을 여실하게 드러내 준다. 뿐만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공적 생애를 40일간 광야에서 금식하며 마귀의 시험을 이기신 것으로 시작한다. “(눅 4:2)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 이 모든 날에 아무 것도 잡수시지 아니하시니 날 수가 다하매 주리신지라”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승천하기 전 40일 동안 제자들과 함께 하셨다. “그가 고난 받으신 후에 또한 그들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살아 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행 1:3).

40은 통치 기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사시대 웃니엘, 드보라와 바락, 기드온이 각각 이스라엘을 40년간 다스렸고, 왕정시대가 시작되어 사울, 다윗, 솔로몬 역시 각각 40년씩 이스라엘을 통치했다. “다윗이 나이가 삼십 세에 왕위에 올라 사십 년 동안 다스렸으되”(삼하 5:4). “ 솔로몬이 예루살렘에서 온 이스라엘을 다스린 날 수가 사십 년이라”(왕상 11:42).

성경에서 숫자란 고도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하지만, 그저 일상적인 의미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숫자에 너무 신비한 의미를 인위적으로 부여하거나 숫자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40년을 지낸 기좌리교회를 생각하며 잠시 떠올려 봤을 뿐이다. 

90세가 넘은 권사님은 성도들이 벽돌을 이고 지며 날라서 처음 교회를 건축할 때를 회상하셨다. 누군가의 수고와 헌신으로 지금의 기좌리 교회가 있다. 

지금의 80-90대 어르신들은 그 당시 한창 일할 나이에 교회를 위해 헌신하셨다. 이제 그 기초 위에 새로운 40년을 기약해 본다. 

이전 세대는 가고 다음 세대가 그 빈자리를 이어받는다. 마치 릴레이 달리기 경주자들이 자기의 달릴 분량을 마치고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전달해 주듯이 말이다. 한 세대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분량을 책임질 뿐이다. 

4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를 생각하며, 이제 다시 한번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내가 지금 딛고 있는 자리는 누군가의 수고의 땀방울이 깃들어 있음을 생각하면서 느리게 그러나 분명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7월을 맞아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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