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구리 우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갑자기 조용해져서 이젠 멈췄다 싶었는데, 한 십분 후에 또다시 떼로 합창을 해댄다.

조성되고 있는 석정 근린공원의 초입에 아파트가 있어서 도심지에서도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개구리 소리가 시끄럽다.

베란다 창문이 효자 노릇한다. 베란다 창문을 다 닫으니 어느새 조용하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개구리 소리는 온데간데없다.

온갖 새소리가 아침을 열어준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으면서도 새 울음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게 좀 아쉬울 뿐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소리가 마치 산속에 와있는 듯 청명하다.

아파트 주변으로 화려하게 피었던 장미들은 이제 좀 시들해졌다. 주변 나무들은 점점 짙푸르러 간다.

여름 냄새가 난다.

요즘은 방울토마토가 제철인가 보다. 조그만 게 아주 맛있다. 

참외니 수박이니 여름에 먹는 과일들이 마트 매대에 가득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유월하고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어느새 봄은 저만치 가버렸고, 찌는 듯한 여름을 예고한다. 이제 여름 장마철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비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짙은 회색빛 하늘은 잔뜩 비를 머금고 언제라도 쏟아부을듯한 기세다. 

오랜 동안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산하를 흠뻑 적셔 주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에서는 무화과나무에 잎이 나기 시작하면 여름이 오나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이와 같이 너희도 이 모든 일을 보거든 인자가 가까이 곧 문 앞에 이른 줄 알라”(마 24:32-33).

기상 이변이 속출한다고는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추웠던 겨울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봄이 왔고, 그 봄에 뒤이어 여름이 왔다.

이렇게 계절의 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 인생의 사이클도 시작지점에서 이제 종착지점을 향해서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어떤 때는 참 지루하게, 또 어떤 때는 순식간에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그렇게 점점 인생에게 지워진 종착지점을 향해 우리는 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오늘 날씨는 어떨까? 아침 기온, 그리고 오후 제일 더울 때 기온을 확인한다.

비가 오면 비를 대비하고,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도 대비를 한다. 

그러는 나는 시대의 징조들에 대해서는 민감한가? 인생의 마지막 종착점에 대한 대비는 되고 있는 걸까?

무화과나무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 알듯이, 시대를 분별하는 안목과 인생을 올바로 바라보는 지혜가 요구되는 때다.

정말 무더운 여름이 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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