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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삐까리
유영희 평택시 문인협회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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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5.18  11: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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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길가의 가로수가 온통 하얀 이팝나무 꽃으로 수종이 바뀌었다. 

고속도로와 국도 도심 하얀 이밥처럼 수북하고 복스러운 마치 나무 밥그릇을 본 듯 탐스러운 흰 꽃송이를 보니 배가 부르다. 

꽃이 지고나면 모든 나무는 몸체와 가지가 검어지고 연한 잎에서 짙은 초록빛으로 변해간다.

가지는 잎에 가려져 잎이 나무의 사상을 이끄는 듯 장엄한 시간이 된다.

한 꽃이 지면 다른 꽃이 거리와 들판과 정원과 산과 마을을 변화시킨다.

만물의 질서를 이탈하지 않고 노랑, 분홍, 하양, 빨강을 풀어 파란하늘과 초록 배경에 울긋불긋 피어 새들을 불러들인다.

오월은 흰꽃이 정점인 시기이다. 향기로운 아카시아, 어리호박벌이 앉은 때죽나무, 위에서 내려 보면 여고생 교복 깃같이 청순하고 고고한 산딸나무, 담장이나 울타리를 감싼 탱자꽃이 있다. 

찔레꽃과 불두화 차가플록스, 사계 쑥부쟁이, 하설초, 하얀 금낭화, 사계 패랭이, 목단화, 백철쭉, 매발톱, 하얀 민들레와 더불어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화이트 가든이 산천초목을 물들이며 머물다 간다. 

아쉬운 건 사람의 마음뿐 그들은 장지도 없는 길을 떠나 내생을 기약하는 것이다. 

땅을 내려다보면 노란 괭이밥, 제비꽃, 노랑선씀바귀, 고들빼기, 산괴불주머니가 피어있다. 높고 낮음 없이 모든 잎과 꽃과 풀들은 주어진 시간 제때 피어나지 않으면 자연도태가 될 수밖에 없으니 피 흘리지 않는 꽃들의 생사 전쟁쯤 아름답게 보아주자. 화무십일홍 즐기다 슬픔과 한탄 없이 굴복하며 다음 꽃에게 시간을 릴레이 하며 떠나가는 맑고 숭고한 인연에 머리 숙인다. 

천지 삐까리는 매우 많다는 뜻이다. 하늘과 땅에 ‘아주아주 많다’는 것은 풍요와 평화가 아니겠는가. 나쁜 것 빼고 좋은 일들이 사람과 함께 어울렁 더울렁 머무는 세상이면 몇 백 년 사는 노거수가 되어도 좋겠다.

하얀 이팝나무를 보며 기분 좋게 거리를 지나왔다.

오월이 아름다운 자수를 가슴에 놓아 주어 나는 여전히 여백이 된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에 꽃바람 코러스가 더하니 나는 늙을 시간이 없다.

매우 많은 생명이 피고 지는 사이, 감탄하고 경이로워 하는 사이, 내내 싱싱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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