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출근부에 인사를 건네기보다 더 먼저 동쪽으로 향한 네 개의 커튼을 힘껏 올린다.

대형 창문으로 시야가 확 펼쳐지면 동시에 이른 햇살이 먼저 사무실 안으로 들이 닥친다. 새파랗게 펼쳐진 잔디밭 사이로 어제 정리하다 두고 온 몇 줌의 땀방울들이 마치 이슬처럼 영롱하게 보이는 듯 하여 한참을 내다보며 어제의 상황들을 돌아본 후에야 자리에 앉아 오늘의 업무를 구상하곤 한다.

잦은 비로 인하여 적절히 자라나는 민들레들을 바라보면서 광활한 잔디밭을 점령해 오는 노란 염문들을 해석하려 하지만 쉽사리 귀결되지 않는 아침 조회를 마치고  끝까지 올려 진 커튼을 바라보며 주섬주섬 하루의 일거리들을 챙겨 일어서곤 한다.

시야가 짧아 답답하고 꽉 막힌 도심 빌딩의 창문과는 현저히 비교가 되는 커다란 창문과 경관을 가진 사무실 창문의 커튼을 올리는 일은 나에겐 행운처럼 느껴진다.

햇살이 들이치면 오후의 열기를 생각하고, 안개가 자욱하면 이슬비를 연상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교차하여 떠 올리다 보면 어느 때엔 아침시간과 오후시간을 착각할 때가 있다. 

어쩌다 비라도 흠뻑 내리는 날이면 뾰족하게 올라올 들풀들의 표정을 연상 한다.  

간혹 바람이라도 거세게 부는 날에는 유난히 목이 긴 노란 꽃들의 고뇌를 생각하며 미처 창문을 열지 못하고 손만 흔들어 세상과 인사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누구에게나 다 그러하진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창이 큰 커튼 이든 작은 쪽창 커튼이든 허술한 가림 막 커튼이든 서로 다른 창문의 커튼을 매일처럼 올리며 살고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커튼을 함께 올리거나 표정으로 힘껏 밀어 올리거나 무거운 어깨로 겨우 올리거나 상쾌한 기쁨으로 경쾌하게 올리거나 그 날의 상황은 각자 커튼을 올리는 주인공의 마음에 달려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올려지는 맞은편 건물의 커튼 속 주인공 보다는 늘 같은 마음으로 일정하게 넓은 창 커튼을 올리는 주인공이 훨씬 더 행복할 것 이란 생각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커튼을 올리는 순간만큼은 희망과 긍정과 화목과 평온과 우정과 배려와 격려와 즐거움으로 가득 찬 순수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 팀원들의 화합과 안전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힘차게 커튼을 올려 본다.

오늘 이 밝고 청량한 공기의 사무실 분위기는 누군가가 간절히 기원하며 올려둔 커튼 너머로 스며든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이 있었음을 생각 했으면 좋겠다.

항상 화목하기를 기원하며 늘 행복하기를 염원하며 더불어 즐거워지기를 기원하던 손으로 조심스레 올려 진 커튼 이란 것을 함께 공유 했으면 한다.

우리 팀 모두가 향해있는 방향과 이유가 같기 때문에 힘차게 올려 진 넓은 커튼처럼 깊고 넓은 마음으로 함께 생활하기를 조용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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