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명이 훌쩍 넘은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 그래도 그저 남의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러던 내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기 기운이 있어 혹시나 해 신속항원 검사키트 검사를 해보았더니 선명한 한 줄과 함께, 아주 희미한 또 다른 줄이 보였다. 희미한 한 줄이 못내 거슬렸지만, 코로나 증세는 아닐 거라고 애써 결론을 지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무래도 찜찜한 마음에 검사를 다시 해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희미한 한 줄을 무시하지 말란다. 양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냥 무시해 버릴까? 몸이 그렇게 아프지도 않은데……. 하지만 혹시라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되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를 생각해야 했다. 

근처 신속항원 검사를 하는 병원에 갔더니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재차 실시한 신속항원 검사에서 선명하게 두 줄이 나왔다. PCR 검사를 했고, 그날 밤 늦게 코로나바이러스 양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아! 이렇게 나도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구나. 격리되어 보낸 일주일은 매우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들이었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지냈고, 식사도 따로 했다. 방에만 갇혀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친구삼아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은 일주일 휴가라고 생각하고 푹 쉬라는데, 그것은 사정을 모르는 이야기였다. 원격으로 병원 진료와 약 처방을 받았고, 아내가 약을 받아와서 먹었다. 

격리하는 동안 사전투표일이 다가왔다. 토요일 오후 5시부터 투표를 위한 외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오랜만에 집을 나서 투표소가 있는 동사무소까지 걸어갔다. 양 갈래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처음엔 확진자의 줄이 어느 것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주변에 물어서 확진자의 줄에 섰다. 도무지 줄이 짧아지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2~30여 명 정도의 확진자가 사전투표하리라 예상했나 보다. 줄을 선 사람은 100여 명은 훨씬 넘어 보였다. 선관위 관계자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확진자들은 야외에서 거센 찬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고성이 오가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 추위를 참으며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대선에 대한 사람들의 내 한 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어떤 비장함같은 것이 느껴졌다.

 대선 후보자들은 이러한 마음을 헤아리기나 할까? 본 투표 날에는 이런 혼란이 없어야 할 텐데.

격리 마지막 날인 주일. 교회에 갈 수 없어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인도했다.

 이렇게 감기증세처럼 지나간 확진자로서의 일주간의 재택 치료는 끝이 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마음 모아 바라본다. 부디 모두 건강하기를, 이 코로나 시국이 빨리 끝나기를, 새봄과 함께 건강한 일상 회복이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봄비가 촉촉이 내려 메말라버린 산하에 산불도 그치기를.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