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흥 논설위원
   ▲문석흥 논설위원
얼마 전, 60대의 할머니가 20대의 젊은이가 담배공초를 길에다 버리는 것을 보고 충고 한마디 했다가 그 젊은이로부터 벽돌로 머리를 맞아 목숨을 잃은 패륜적인 살인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 프로농구선수가 공원을 산책하는 중에 중·고등학생 또래의 소년 소녀 5명이서 담배를 버젓이 피우고 있기에 충고를 했더니 오히려 반항을 해서 손바닥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렸더니 즉시 경찰에 신고를 하여 입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섯 명의 부모 중에 세 부모는 자식들에게 훈계해준 농구 선수에게 고맙다며 처벌을 원하지 않 았고 2명의 부모는 폭행혐의로 처벌을 요구해서 결국 입건되었다는 신문 보도를 보았다.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못하고 보도만 접한 결과로는 담배를 피운 학생들에게 충고를 한 농구 선수의 손을 들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요즘 청소년들의 이런 불량한 행동은 흔히 눈에 띄지만, 감히 나서서 충고하거나 야단을 칠 용기 있는 어 른이 얼마나 있겠는가. 섣불리 그랬다가는 오히려 반격을 당하고 망신당하기 일쑤이니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선생님의 정당한 지적이나 충고조차도 받아들이지 않고 즉석에서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정당하게 공무 집행하는 경찰관에도 폭행을 하고 파출소에 가서까지도 집기를 부수며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는 장면도 TV를 통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금관옥조 같은 삼강오륜은 이제 찾아 볼 수가 없고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존칭어나 표준어는 교과서에나 있을 뿐, 알지 못할 속어나 신조어와 막말이 예사롭게 사용되고 있다.

청소년 학생들도 선생님 호칭이 ‘쌤’이 되어 버렸고, ‘x발’이란 말은 말끝마다 붙어 다닌다. 그뿐이랴 ‘x새끼’는 보통이다. 어른들은 그것의 뜻이나 알고 쓰겠지만 청소년 학생들은 제대로 뜻이나 알고 쓰는지 모르겠다.

공직 사회나 군대 조직에는 직급, 계급이 있어서 상 하급 간에 위계질서가 분명하게 되어 있어 상명 하복의 체계가 서 있다. 혹 가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부당하게 불복 하거나 폭언 폭행을 하게 되면 처벌을 받는다. 그러기에 조직사회 에서는 이런 하극상(下剋上) 사건 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사회생활 속에서는 법으로 규제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예의 도덕규범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연장자나 선배에 대한 예우를 하는 게 통례로 되어 있다. 호칭만 보더라도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상 대방을 부를때 상하 관계없이 '유 (you)'로 다 통한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다. 윗분에게는 ‘어르신’, 아랫사람에는 ‘자네’, ‘여보게’ , 아이들에게는 ‘얘야’ 등 많은 호칭을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적절히 사용한다.

특히 어른에 대한 권위나 존경심은 대단했다. 동네에서도 노인어른 앞에서는 담배는커녕, 감히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고 어르신 앞을 지날 때는 몸을 낮춰 다소곳이 지나가야 했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고 울면 으레 ‘할아버지 이놈! 하신다’ 하면 울던 울음을 그 칠 정도였다.

이와 같이 예의범절 면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가 더 잘 지켜져 왔음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거늘, 이것이 근래에 와서 점점 퇴색해 가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장유 유서(長幼有序)의 질서는 무너져 가고, 어린 사람이 어른한테 대들고 욕설과 폭행까지 하는 유극장 (幼剋長)시대에 이르렀다. 가정, 학교, 사회, 다 같이 지금의 교육이 바로 서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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