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가운데 ‘벼락거지’가 있다. 벼락부자를 빗댄 말로서, 갑자기 상대적 빈곤에 빠져버린 사람들을 일컫는다. 주식부자로 몇 억을 벌었다거나, 투자했던 부동산 가격이 몇 배로 뛰었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 열풍이 거세다. 나는 쉬고 있어도 돈은 계속 일해서 돈이 돈을 벌게 해야 한다는 식의 경제 격언들이 판을 치는 시대다. 

투자와 투기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 둘 다 근본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같다. 마치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경건하거나 고고한 삶이라고 하는 것은 위선이다. 경제생활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며, 주식거래나 부동산 개발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전제에 해당한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있어야 산업이 돌아간다. 토지도 다양한 이용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형성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생리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를 도박처럼 한다는 것이다. 즉 짧은 시간에 일확천금을 얻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기업의 미래적 가치에 믿고 장기간 투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타매매를 일삼으며 실시간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한다. 어떤 필요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개발정보를 빼내어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을 사 모은다. 이것은 투기에 가깝다. 

‘투자’(投資)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자금을 대거나 정성을 쏟는 것”이다. 반면 ‘투기’(投機)는 “기회를 틈타서 큰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 특히 시세 변동을 이용하여 큰 이익을 얻으려고 부동산 따위를 사고파는 매매 거래”를 뜻한다. 건강한 투자는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룬다. 정당한 투자를 했는데 예기치 않게 주식이 급등하거나, 부동산이 개발되어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 그러나 투기는 그러한 급등을 바라고서 선점하는 것이다. 더구나 각종 고급정보들을 빼내서 탈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투기는 내가 얻은 만큼 다른 사람의 기회와 이익을 빼앗아간다. 

성경은 투자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할까? 예수님은 달란트 비유를 통해 경제활동의 모험을 했던 두 종은 칭찬한 반면, 모험을 회피하고 돈을 땅에 묻어둔 종은 책망했다(마태복음 25:26-27). 전도서에는 경제활동을 부지런히 하라고 독려한다,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일곱에게나 여덟에게 나눠 줄지어다 무슨 재앙이 땅에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함이니라”(전도서 11:1-2). 가진 것을 여러 곳에 분산투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과도한 부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는 경고한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디모데전서 6:10). 잠언서에는, “충성된 자는 복이 많아도 속히 부하고자 하는 자는 형벌을 면하지 못하리라”고 한다(잠언 28:20).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을 다스리며 사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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