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하여 코로나로 끝을 맺을 것 같다. 수많은 이슈들이 코로나에 다 묻혀버렸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많은 의제(議題, agenda)는 코로나 사태 앞에 맥도 못 추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은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이야기들은 이제 코로나19를 바탕에 깔고 진행되어야 할 듯싶은 지경이다. 필자가 지난 초봄 기대하며 썼던 ‘진정한 봄’은 기어코 오지 않았다. 회복은커녕 더 악화된 상황으로 연말을 맞았다. 다만 코로나 백신에 이어 코로나 치료제도 국내에서 개발되었다고 하니, 머잖아 코로나도 서서히 진정국면에 들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볼 뿐이다. 

 
올해 우리 사회는 진영 간, 계층 간 대립이 한층 심화되었다. 중요 정치 사회 이슈들마다 진보와 보수의 양 진영은 극한대립을 보였다. 어떤 이는 마치 정치가 종교화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상대방의 주장에는 귀를 막고 자기 진영만 옳다는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모양새다. 우리 편이 아니면 다 적이 되는 형국이다. 반면 종교계는 정치화되어가는 양상을 띠었다. 정치적 이슈를 종교화시켜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교회가 사회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교회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정치집단화 한다면 그것도 큰일이다. 
 
무엇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들의 마음을 혼란하게 한 것은 가짜뉴스들의 확산이다. 필자가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조차 항간에 떠도는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것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최고 엘리트라고 자부할만한 감수성과 교양을 가지신 분도 가짜뉴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만큼 사회가 건강성을 잃고 혼란스러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무튼 2020년을 보내며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양할 것이다. 짐작컨대 예년에 비해 성공적이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잘 견뎌왔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싶다. 과연 2021년은 2020년과는 다를까? 인터넷에서 본 부산의 어느 밀면 집 창문에 새겨진 문구가 있다. “산도 밀면 길이 되고 벽도 밀면 문이 된다.” 이 문구의 처음 출처는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희망과 도전정신이 담겨있어 마음에 남는다. 
 
많은 혼란을 겪은 2020년 한해.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낯선 길을 걸어왔다. 우리 앞에 온통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것 같은 형국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기나긴 전염병의 사태의 터널을 지나며 여기에 이르렀다. 아직 그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벽도 밀면 문이 된다고 했는데 2021년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마련될까?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묵묵히 그 맡은 자리를 지키고 함께 노력하면 곧 이 고난의 시간도 극복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우리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수고했다고 격려의 말을 전해보면 어떨까? 참 힘들었던 2020년에서 이제는 작별을 고하고, 다가오는 2021년을 힘껏 환영하며 맞이해 보자. “아듀! 2020, 웰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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