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어디들 가 봐도 지난날의 고즈넉한 시골 마을을 보기 어렵다. 지난날의 시골 마을 하면, 나지막한 초가지붕의 집들이, 마을의 지형 본래의 형태에 따라 거기에 맞춰 형편에 맞게 아무런 구애 없이 지었다. 마을의 길 또한 집과 집 사이로, 밭과 논 사이로 자연스레 생겨나서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좀 넓은 길도 있고 겨우 사람이나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도 있었다. 

 
농촌을 벗어나 읍내라고 불렀던 소도시에는 초가집은 그리 많지 않았어도 단층 함석지붕집이나 기와집 그리고 2•3층 정도의 목조 또는 벽돌집이 더러 있었고 중심가에는 학교 건물이나 면사무소 우체국 같은 좀 현대식 건물이 있을 정도였다. 이 중에서도 학교 건물이 제일 크고 2층 3층도 있는 건물이었다. 그러나 어쩌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고층 건물들이 대로변에 총총히 들어서 있고 전차와 자동차들이 끊일 사이 없이 지나가고 사람도 많음에 정신을 못 차린 정도였음이 기억난다.
 
그러나 동서남북 방향은 분명히 분간되었고 동쪽하늘에서 아침 해가 뜨고 서쪽하늘로 해가 지며 특히 시골 마을에서는 뜨는 해는 동산(東山)에서 뜨고 지는 해는 서산(西山)으로 붉은 노을을 지우며 지는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일출 일몰의 아름답고 황홀한 모습을 바닷가나 넓은 들판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볼 수가 없다. 또 전부터 있었던 동산이나 서산도 고층 아파트에 가려져서 직접 가서 보지 않고는 좀 떨어진 데서는 보이지가 않는다. 더욱이 도시개발 사업부지로 잡히다 보면 그나마 야트막한 동산들도 모두 밀어내서 택지로 변하고 그 자리에 20~30층의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밤이 되면 주변이 온통 현란한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니 여기에 현혹되어 밤하늘의 달과 별은 일부러 고개를 쳐들고 올려다보지 않으면 평소에는 거의 무관심 속에 잊고 지낸다. 어린 시절에는 달과 별에 관한 동요도 많이 불렀고 별자리 이름도 많이 외웠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나라가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바뀌면서 자연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 방식도 많이 변했다. 특히 의•식•주 생활면에서 너무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음을 본다. 우선 주거 생활면에서 볼 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의 아파트 가구 수가 45.6%, 단독주택 가구 수는 30.2%,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가구 수는 23.4% 로 나와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서울의 주택 가운데 80%이상이 단독 주택이었다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역전이 된 것이다. 
 
갈수록 도시의 인구는 늘고 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다 보니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따라서 주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도시의 땅값은 비싸고 그나마 도심권 내에 아파트 건축을 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새로 건축을 하거나 재건축을 할 경우 30층 50층 고층화 된 아파트가 단지 화 되고 이런 단지 화 된 아파트는 대부분 연이어 있어서 마치 거대한 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다. 이런 아파트의 주거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아침저녁 뜨고 지는 해는 자연 아파트 너머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아파트 문화 속에 살다 보니 일출 일몰의 대자연의 아름답고 황홀한 연출을 못 보며 점점 잊혀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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