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제자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언급되는 수제자였다. 그는 예수님의 최측근으로 항상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 그가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를 배신했다. 예수께서 당국에 체포되어 심문을 받게 된 현장에서다. 그는 바로 몇 시간 전에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충성을 맹세했었다(마태복음 26:33). 어떤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예수님을 배신하지 않겠다던 그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예수와 한패가 아니냐는 추궁 앞에 겁에 질려 예수님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적극 부인한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말이 진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저주하고 맹세까지 했다(마가복음 14:71). 그리고서 닭이 울었다. 예수님은 미리 베드로에게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고 예고하신대로 되었다(마태복음 26:35). 베드로는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따랐던 스승을, 아니 성경에 오시리라 예언한 메시아로 믿었던 분을 부인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오열했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 그렇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경고하셨다.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부인하리라”(마태복음 10:32-33). 그리고 역사상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부인하면 살려준다는 협박 앞에서도, “예수가 나의 주이시다”고 시인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최측근이라고 자타가 공인했던 사람이 저주하고 맹세까지 해가면서 예수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그러다가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들었다. 예수님의 죽음도 그에게는 충격이었지만 부활은 더구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도무지 믿지 못하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했다는 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듣게 되었고, 결국 베드로 자신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서 기다리라고 명령하셨다(마가복음 16:7). 갈릴리에 도착하여 예수님을 막연히 기다리다, 베드로를 포함한 일곱 명의 제자들은 오랜만에 그물을 던지러 갈릴리 바닷가로 나갔다. 하지만 밤새도록 고기를 전혀 잡지 못하였다. 새벽녘이 되어서 허탈한 마음으로 그물을 접으려던 찰나, 해변 쪽에서 어떤 낯선 이의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요한복음 21:6).  
 
배 오른 편에 그물을 던지자 엄청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제야 제자들은 해변에 서있는 분이 부활하신 예수님임을 깨닫게 된다. 다른 제자들은 작은 배에 나눠 타고 해변으로 나오는데, 유독 베드로는 웃통을 벗고 있다가 겉옷을 두르고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쳐 뭍으로 나온다. “시몬 베드로가 벗고 있다가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 내리더라”(요한복음 21:7). 수영하려면 옷을 입고 있다가도 벗는 것이 상식인데, 줄곧 고기를 잡느라 웃통을 벗고 있다가 옷을 입고 바다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베드로가 얼마나 예수님에 대하여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엿보게 된다. 그런 그를 예수님은 찾아오시고 사명을 주시고 회복시켜주셨다. 그는 이후 부활의 예수님을 증언하다가 순교했다. 피터(Peter)는 베드로의 영어식 이름이다. 서양에서 흔한 이름이다. 많은 부모들이 베드로를 닮아가라고 자식의 이름을 피터로 이름 지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변화된 인물의 전형으로서 말이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