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다!” 딸과 아들을 기숙사에 들여보내고, 텅빈 방안을 치우며 쓸쓸하고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잠깐 이었다. 이삿짐을 쌓듯 아이들 짐을 꾸리며 ‘어느새 커서 부모 품을 벗어나는 구나’ 싶어 외로웠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선을 따라 아이가 내리고 짐을 정리할 때도 조심스러운 걱정으로 가득 했다. 집으로 오는 동안 30분에 한 번씩 전화를 걸고, 아이의 동선을 확인하고 또, 확인을 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을 출근시키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자유가 나에게 와 있었다.

부담 이 큰 과제물을 끝내고 난 기분에 너무 홀가분했다. 그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네, 목소리가 아주 씩씩해” 웃는 목소리로 아주 대견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 잠은 잘 잤대?” “‘잠자리 바뀌어서 못 잤지?’ 했더니, 아주 푹 잤다고 걱정하지 말래. 적응을 너무 잘해” 남편이 이리 다정한 사람이던가?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모습이 너무 낯설어 우습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나도 궁금한 마음에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좀 그만해! 나만 전화가 계속 와” 그 말 한마디에 난 버럭 화가 났다. “전화 그렇게 받으면 용돈은 없다” “헐, 엄마는… 농담이지. 전화 자주 해도 돼” 부부가 너무 자주 전화를 했나? 생각하며 약속이 있어 밖으로 나갔다. 지인이 아이는 잘 데려다 줬냐고 묻는다.

“네. 그런데 아이가 그만 전화 하라고 하네요” “얼마나 했는데?” “어제는 첫 날이라 30분에 한 번씩 하고, 오늘은 아침에 남편과 한 번씩이요” “너무 했네. 난 하루에 한 번, 밤에만 했는데 아시는 분이 사생활 침해라고 일주일에 한 번만 하라고 하던데?” “사생활 침해요?” “응, 아이들은 너무 바빠서 그렇게 자주 전화하면 불편해 한다고, 하지 말라고 하대”

난 그 말이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았다. 지인과 물건을 사고, 점심 먹고, 차를 마시는 시간에도 ‘내가 아이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른 아침 자유라고 좋아하던 내 모습이 가식처럼 느껴지고 ‘정말 좋아하는 것은 아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잔소리와 감시에서 벗어나 정말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아이를 ‘한 명의 성인으로 대접을 해야겠다’ 다짐하면서 아이에게 나를 떼어놓는 연습을 하리라 결심을 했다. 그런 결심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이 퇴근을 하며 자식들 소식을 전한다.

“목요일에 집에 온다네” “왜?” “개교기념일이래” 이런, 떼어놓는 연습을 할 사이도 없이 집으로 온다는 아이, 아이들 버스 시간을 따지고 있는 남편 옆에서 내 자신의 고민은 멀리가고 있었다. “아이들 오면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뭐 먹을까?” 며칠씩이나 남은 저녁을 상상하며 남편은 웃고 있었다.

그런 남편 모습을 보며, 몇 시간짜리 자유를 허비한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자였는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난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잊고 있었다. 아니,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졸업을 시키고 결혼을 시키면 끝이 나는가?’ 아니다. 주변을 보니 결혼을 시키고도 손자를 돌봐 줘야 한다고 모임에도 못나오던데, 그럼 언제가 자유일까? 가만히 생각하니 나의 친정 부모님은 아직도 양념에 김치까지 다 보내시고, 자식들 건강을 걱정하시니 ‘그럼, 부모님도 아직 과제를 못 끝냈는데 난 김칫국물 을 너무 일찍 마셨구나’하며 헛 웃음을 지었다. 내일은 시장에 가서 아이들 먹을 밑반찬 재료나 사와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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