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갑으로부터 남편 을 소유의 토지를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갑은 을로부터 아무런 대리권도 없이 남편인 을의 인감과 관계서류를 위조하여 병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병이 알아보니 갑은 을과 이 건 부동산 매매 및 다른 여러 사정 때문에 사이가 안 좋아져 결국 이혼하기로 하면서 을은 갑 명의로 되어 있는 임차보증금 및 기타 제3자에 대한 채권 등을 양도받고, 갑의 부동산 처분행위와 이에 따른 사문서위조행위를 불문에 붙이기로 합의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을은 처와 한 합의는 병과는 상관없는 것이니 일단 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해설)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대리하여 체결한 계약이 효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리인에게 본인을 대리할 권한이 있어야 하며 대리권이 없는 사람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은 무효입니다. 그러나 위 경우에서 남편 을은 갑에게 대리권을 준 사실이 없었습니다. 물론 대리권을 주지 않았더라도 일상가사의 범위라면 부부간에 서로를 대리할 권한(일상가사대리권)이 있습니다만 남편 을 소유의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일상가사의 범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편 일상가사대리권이 있는 처가 남편을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상대방이 처에게 그와 같은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으며 그와 같이 믿은 것이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 계약은 유효한 것이 됩니다(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그러나 처가 남편의 인감과 관계서류를 위조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매수인이 그 남편에게 사정을 알아보지 않았다면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아닌 단순한 무권대리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병이 갑과 체결한 계약은 일응 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권대리행위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이를 추인하면 그 행위는 유효한 것으로 되는데(민법 제130조), 사례에서와 같이 부동산의 처분행위와 이에 따른 사문서위조행위를 불문에 붙이기로 한 것은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을은 자신의 처인 갑과 합의를 한 것이므로 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추인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무권대리행위의 상대방에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권대리인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을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추인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리하여 부동산을 매도할 경우 무권대리로 되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으로서는 진정한 매도인에게 대리권의 유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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