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탓에 올해 겨울은 유독 길게 느껴진다. 그 때문일까? 봄이 되려면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성급한 마음은 이미 봄볕을 좇아 양지바른 곳으로 나섰다. 이럴 땐 역시 남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사철 푸른 차밭과 대숲, 따뜻한 남해안의 섬들 그리고 이 땅의 봄을 가장 먼저 열어젖히는 꽃 나들이 명소까지. 이른 봄맞이 하러 떠나는 4색 테마 기행을 준비했다

산굽이 따라 펼쳐지는 초록의 융단

 
 
차밭 기행

차밭은 한겨울 속 녹음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차나무는 한겨울에도 영하 섭씨 5도 이상을 유지하며, 안개가 많이 끼는 동남향 산자락에서 잘 자란다. 때문에 차밭이 있는 고장은 겨울에도 늘 포근한 편이다.

하동 야생차밭 | 보성 차밭 | 강진 월출산다원

하동 야생차밭과 쌍계사

‘녹차’하면 사람들은 곧잘 전남 보성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밭이 곳곳에 산재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신라시대부터 차를 재배했다는 경상남도 하동이다.

우선 하동의 차밭은 보성과는 조금 다르다. 지리산자락에서 흘러나오는 화개동천을 따라 작은 규모의 차밭이 곳곳에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성이 대규모 시설을 갖춘 기업형이라면 하동은 수제차를 중심으로 한다.

차밭이 옹기종기 모인 지리산자락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화개마을 중간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 명찰 중의 한 곳인 쌍계사에 닿게 된다. 두 개의 계곡물이 만나는 곳에 세워져서 쌍계사란 이름을 얻은 사찰. 절묘한 당우배치와 숲과 꽃 등으로 둘러싸인 주변 환경 때문에 거찰답지 않은 은은한 풍모가 무척이나 정감이 가는 곳이다.
특히, 대웅전 바로 옆에 있는 꽃담이 인상적이다. 사찰 주변에 자생하는 동백나무도 이맘때부터 붉은 꽃을 피 운다.

Point▶ 경남 하동군 화개면 차시배지길, 삼신길 일원 / 055-883- 5722(화계 관광안내소)

 
 
보성 차밭과 삼나무숲

전라남도 보성군은 차밭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고장들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보성군 내로 들어서 18번 국도를 따라 율포해변 쪽으로 달리다 보면 주변 산자락을 따라 초록색 차밭이 펼쳐진다.

보성 회천면 일대에는 외지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대한다업의 차밭 말고도 몽중산다원, 봇재다원 등 크고 작은 차밭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중 봉산리에 자리한 대한다업 제1다원은 차밭까지 인도하는 삼나무숲길이 일품.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아침햇살이 우람한 나무 둥치 사이로 스며들어 몽환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제1다원을 빠져나와 다시 율포 방면으로 달리면 금새 봇재다원에 다다르게 된다. 봇재다원은 드라마 <태왕사신 기>의 촬영장으로 활용되면서 더욱 이름을 날렸다. 차밭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면, 굽이굽이 물결치는 차밭이랑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대한다업 제2다원에도 들러보자.

Point▶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1297-5 / 061-850-5224(보성군청 문화관광과)

강진 월출산 설록다원

‘흥과 정취의 땅’이라 불리는 남도답사 일번지. 바로 이곳 전라남도 강진과 영암군의 경계에 솟아있는 월 출산은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예부터 그 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산이다. 툭 불거져 나온 월출산의 바위 들이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싼 강진군 성전명 월남리에 월출산 설록다원이 자리한다.

설록다원은 지난 1981부터 산자락을 개간해 조성하기 시작했다. 경사가 급한 산기슭과 계곡에 자리한 보성이나 하동의 차밭과 달리 월출산다원 은 비교적 완만한 10만여 평 구릉에 자리하며, 차나무가 다듬어 진 모양 또한 정갈하고 보기 좋다.

Point▶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일원 / 061-432-5500(영암다원) www.suollc.co.kr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