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덕동산 흔들의자에 앉았다. 그네 의자와 목련 숲 환한 녹색이 나를 태워주니 앉은 곳이 바로 자연카페가 되었다. 동녘에서 아침해가 떠오르는 걸 천천히 바라보니 얼마만의 휴식인지, 가까이 뻐꾸기 울음과 오월 새들의 나는 소리는 정신을 맑힌다.  

 
코로나19로 나의 일터는 발주량이 반으로 줄었다. 연차를 당겨서 삼일 째 쉬면서 시간부자가 된 셈이다. 동료들은 월급이 줄어 생활이 혼란하다고 이직과 퇴사를 생각한다.
 
지금은 나를 구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 휴식을 취하며 재난의 반복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사월도 재난, 오월도, 유월도 재난이었다. 푸르디 푸른 생명들의 슬픔과 마주할 용기가 줄었다.
 
재난지원금 카드를 들고 시내를 돌았다. 지역화폐는 사람들에게 안정과 회복의 의미가 담긴 정부 지원금이다. 마트에서 몇 개월치 생필품을 샀다. 잡곡밥을 짓기 위해 서리태 콩과 보리와 팥을 샀다. 신발과 겉옷, 매실, 오미자, 와인도 구해 나를 위해 사용하였다. 
 
내 오랜 친구는 자기에게 입힐 옷보다 엄마를 위해 옷을 사는데, 오늘은 오로지 내게 입히고 싶다. 창이 넓은 시골 카페에 들러 친구와 카푸치노를 마시는데 나직하게 색소폰 소리가 들린다.  
 
방송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의 소년, 색소폰 부는 소년! ‘우수’를 불러 국민들에게 듬뿍 감동을 주었던 소년이 부르는 ‘대지의 항구’가 카페를 가득 채운다. 코로나 재난 속에서는 음악과 노래와 글은 무기다.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는 지면 위에 흐르고, 소리와 빛에 흔쾌히 조응하며 나의 좁은 방은 문을 활짝 열고 점점 오월 숲에 흘러든다. 
 
자연은 신전(神殿), 그 살아 있는 기둥에서
때로 모호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사람은 상징의 숲을 거쳐 가고
숲은 낯익은 눈으로 그를 본다
어둡고 깊은 통일 속에
멀리서 합치는 긴 메아리처럼
밤처럼 대낮처럼 가 없이
향기와 색과 소리는 서로 부르며 대답한다
- 보들레르 <만물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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