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기쁜 일이나 슬픈일이나 희노애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술(酒)이다. 우리가 피로 회복제로 마시는 박카스의 어원도 사실은 술을 상징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제우스가 인간 여인을 사랑했는데 그 여인이 제우스에게 본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여 실제의 모습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으로 녹아버렸다. 그러나 그 여인의 자궁안에는 태아가 있었고 그 태아를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인간으로 태어나게 했는데 그의 이름이 그리스어로는 디오니소스이고 로마어로는 바쿠스, 즉 박카스였다. 
 
그는 포도 농사를 했는데 발효된 포도주를 마시고 너무나 기분이 좋아져서 포도를 술로 만들었고 그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인들의 대표적인 술들이 모두 포도에서 시작된다. 
한편, 중국에서는 하(夏)나라 시기에 두강(杜康)이란 사람이 신선을 만나 그가 시키는 대로 물에 세 방울의 피를 섞었더니 며칠이 지난 후 술로 변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동양과 서양 모두 술의 역사가 신화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대략 5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카스가 포도를 가지고 만들었다면 중국에서는 수수를 가지고 만들었다. 중국 술의 종류 중에서 바이주와 황주, 그리고 한약 맛이 조금 나는 약미주가 대표적이다. 현재 중국에서 8대 명주라고 하면 바이주 중에서는 마오타이주, 우량예, 펀주, 구징궁주, 둥주가 있고 황주로는 샤오싱 주, 롱엔천강주, 약미주 중에는 죽엽청주가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유명해진 술 두가지를 더 넣어서 10대 명주라고도 하는데, 그 술들은 술 귀신이란 이름의 지우꾸이(酒鬼)와 수정방이다.  
 
바이주의 대표격인 술인 마오타이주(茅台酒)는 중국의 귀주성의 마오타이라는 지역에서 생산된 술로 1915년 파나마 만국 박람회에서 3대 명주로 평가받은 후 중국을 대표하는 술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정부의 공식만찬에도 사용이 되고 닉슨과 마오쩌둥이 만났을 때 마신 술로 더욱 유명해졌다. 가격은 술의 도수에 따라 다르지만 수십만원에 달해 일반적인 양주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그래서 마오타이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만드는 방법은 수수를 누룩으로 발효시킨 후 10개월 동안 9차례 증류시킨 후 술독에 넣어 밀봉한 후 최저 3년을 숙성시켜야 완성이 된다. 
 
한편 유비의 본거지였던 사천성에서 생산되는 술은 우량예이다. 이술은 5개의 곡식을 함께 넣어 발효시킨 술로 알려져 있으며 마오타이주와 함께 바이주를 대표한다. 그리고 이 두 술은 향이 서로 다른데 마오타이는 간장향이 조금 있고, 우량예는 짙은 향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입맛에는 우량예가 향과 목넘김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황주는 쌀이나 곡물을 발표시켜서 만들며, 포도주, 백주와 함께 세계 3대 술로 알려져 있다. 황주의 도수는 바이주와 달리 약 15도 정도로 비교적 낮은 도수를 가지고 있다. 황주는 우리의 막걸리와 같이 발효시켜서 만들며 주고 중국의 남쪽 지역 사람들이 식사때 반주로 즐겨 마시는 술이다. 
 
그리고 약재 맛이 나는 죽엽청주도 유명한데, 수수를 주 원료로 하고 여기에 녹두와 대나무 잎 등을 함께 넣어서 만든다. 죽엽청주는 약 48도에서 50도 정도가 되며 대나무 특유의 향을 맛볼 수 있고 오래된 것일수록 향기가 짙게 올라온다. 중국에서는 남성들의 정기를 북돋아 주는 술이라 하여 즐겨 마시는 술의 종류이다. 
 
술은 오랜 역사동안 사람들의 필수품처럼 함께 하였으나 중국의 역사에서 보면 주지육림이란 단어가 있듯이 과하면 자신을 해치고 타인을 해치는 무기로 변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도 박카스가 술을 만들 때 사자와 원숭이와 개와 돼지의 피를 넣었다고 하는데, 술을 조금 마시면 사자처럼 큰소리를 치다가, 더 먹으면 원숭이처럼 희희거리고, 여기서 더 취하면 개처럼 사람에게 달려들고 마지막으로 완전히 취하면 돼지처럼 아무데서나 뻗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스스로도 술을 마시고 나는 어떤 유형인지 한번쯤 생각해봐도 무방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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